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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오타니 선수가 와도 못 칠 것 같은 공이었다."
졌어도 이긴 것 같은 기분은 이럴 때 느끼는 걸까.
KT 위즈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지난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10삼진 1실점 완벽한 투구로 시즌 첫 승을 따낸 기세를 이어야 하는 경기.
감을 제대로 잡은 듯 했다. 130km 초반대 구속의 공인데, 160km 강속구보다 무서웠다. 모두가 아는 고영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궤적으로 오다, 뚝 떨어진다. 직구인줄 알고 방망이를 내던 타자들이 속수무책 당한다. 고영표는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았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하지만 승리는 얻지 못했다. 타선 지원이 0점이었기 때문이다. 상대 에이스 네일도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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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표는 이날 투심 32개, 체인지업 54개, 커브 8개, 슬라이더 5개를 던졌다. 사실상 직구-체인지업 투피치다. 이걸 왜 못 치느냐 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만 노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밥 먹고 야구만 하는 타자들도 고영표의 공을 노리기는 쉽지 않다. 체인지업이 제구가 되는 날 말이다. 스트라이크존으로 오는 직구같이 보인다. 이 공에 손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방망이를 휘두르면 공은 맞지 않고 사라지니 미쳐버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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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결을 펼친 네일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네일은 "내가 정말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상대(고영표)도 멋진 피칭을 했다"며 "고영표 선수가 내려가고 우리가 1점을 낸 것 자체로 행복한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