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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공 놀이일 뿐" 김지찬도 빠졌는데… '부상' 전민재 밀어낸 리딩히터 없었으면 어쩔 뻔, 작은 거인 깨운 '마음'의 변화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5-05-01 11:03


"야구는 공 놀이일 뿐"  김지찬도 빠졌는데… '부상' 전민재 밀어낸 리…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삼성의 경기. 8회초 선두타자 2루타를 날린 삼성 김성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29/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m63의 리그 최단신 두 선수. 삼성 라이온즈에 있다.

김지찬과 김성윤. 구단 관계자들은 "김성윤 선수가 조금 크다"고 귀띔한다.

키가 크지 않은 야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던지고 있는 위대한 선수들. '작은 거인'이라 불리며 장점을 극대화 해 그라운드를 누빈다.

올시즌은 동반 활약으로 팀 공격력을 크게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 됐다. 김지찬이 햄스트링으로 지난달 30일 인천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지찬은 지난 29일 인천 SSG전에서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1회 땅볼을 친 뒤 1회말 곧바로 김헌곤과 교체됐다. 삼성 관계자는 "1회 주루 시 좌측 햄스트링 불편감 느껴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두 번째 햄스트링 통증. 김지찬은 지난 10일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열흘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20일 복귀했지만 다시 열흘 만에 부상이 도졌다.

김지찬은 올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3할5푼4리 출루율 0.432, 도루 7번 모두 성공하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야구는 공 놀이일 뿐"  김지찬도 빠졌는데… '부상' 전민재 밀어낸 리…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삼성의 경기. 8회초 무사 만루. 폭투 때 득점에 성공하고 있는 삼성 김성윤.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4.29/
공격첨병의 이탈에도 삼성이 버틸 수 있는 건 김성윤의 존재감 덕분이다. 올시즌 들어 잠재력이 크게 터졌다. 특히 최근 활약이 눈부실 정도다.

30일 인천 SSG 랜더스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김성윤은 4-4로 맞선 연장 10회 상대 마무리 조병현의 직구를 통타해 결승홈런이 될 뻔 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6-6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2사 후 마지막 타석에서도 좌전 안타로 끝까지 찬스를 만들며 올시즌 두번째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시즌 타율 3할9푼3리를 기록한 김성윤은 사구 부상으로 빠진 롯데 신데렐라 전민재를 끌어내리고 타율 1위, 리딩히터로 나섰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4할8푼8리(41타수20안타)로 5할에 육박한다. 4안타 경기 두차례와 시즌 2홈런이 모두 최근 10경기에서 나왔다.

안되는 게 없는 전천후 공격수. 빠른발로 내야안타를 수시로 만들어낸다. 35안타 중 무려 10안타가 내야안타로 이 부문 1위. 발만 빠른게 아니다. 10안타가 홈런, 2루타, 3루타 등 장타다. 장타율 0.573. 다아즈 위즈덤 오스틴 박동원 등 쟁쟁한 거포들과 함께 장타율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OPS형 타자.
"야구는 공 놀이일 뿐"  김지찬도 빠졌는데… '부상' 전민재 밀어낸 리…
2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5회말 삼성 김성윤이 솔로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4/
삼성 박진만 감독도 30일 인천 SSG전에 앞서 "주자로 나가서 상대 팀을 흔드는 거나 어제처럼 결정적일 때 타점까지 올려준다"며 전천후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김성윤의 활화산 같은 대폭발이 없었다면 김지찬 공백이 더 아프게 느껴졌을 삼성. 핵심 전력 공백 속에서도 최근 6연승을 달리며 선두 LG를 1.5게임 차로 압박하고 있다.

2023년 101경기 0.3214의 타율로 알을 깨고 나오는 듯 했던 김성윤. 하지만 지난해 5월 경기 중 무릎 인대 손상을 입는 등 부상 여파 속에 32경기 출전에 0.243의 타율에 그치며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남들보다 더 일찍 나와 훈련하는 악바리 노력파. 개안의 해법은 마음 비우기였다.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야구하라"는 대선배 송은범의 한마디가 김성윤의 마음에 변화를 줬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결과에 대해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타석에서 자신의 응원곡을 흥얼거릴 만큼 여유가 생겼다.
"야구는 공 놀이일 뿐"  김지찬도 빠졌는데… '부상' 전민재 밀어낸 리…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김성윤이 타격을 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23/
탁월한 운동능력이 마음의 변화와 결합하자 무시무시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잔뜩 들어갔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며 유연해지기 시작했다. 패스트볼 타이밍에 나간 배트를 살짝 늦춰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성윤은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것"리만서도 "잘 치고 싶어 하면 못 치는데 오히려 편하게 즐기면 안타가 나오더라.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즐겁게 임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성윤은 헬멧에 이순신 장군의 '필생즉사 필사즉생(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휘호를 적었다. '힘 빼고 가볍게'라고도 적었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지 짐작이 가는 대목.

위대한 깨달음. 후배들에게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영웅이에게 야구에 대한 접근을 달리 해보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김성윤은 "야구는 단순하게 보면 '공놀이'일 뿐이다. 야구하는 순간만큼은 즐길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다잡자고 이야기 나눴다"고 말했다. 김성윤의 조언 덕에 김영웅은 슬럼프에서 탈출한 뒤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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