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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지난해의 악몽이 떠오르는 스타트.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은 마쳤다.
성적만 놓고 보면 농담으로라도 잘 던졌다 말하기 힘든 성적. 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임무는 다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민석에 대해 "주자 없을 때는 공이 좋은데, 주자만 나가면 스스로 무너진다.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린다"고 평한 바 있다. 사령탑이 설명한 대로의 경기 양상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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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의 통산 498호 홈런. 이로써 최정은 홈런 2개만 추가하면 프로야구 역대 최초 500홈런 고지에 도달하게 된다.
예전의 이민석이라면 그대로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민석은 지난해 총 6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5회 이상을 던진 건 단 1번(6월 1일 NC 다이노스전 5이닝 1실점) 뿐이었다. 나머지 경기에선 모두 4회가 끝나기 전에 교체됐다.
불펜 롱맨으로 등판했을 때도 3이닝 이상을 던진건 단 1번 뿐이었다. 시즌 평균자책점 7.26이 말해주듯, 선발의 한 축을 맡기엔 제구나 안정감에서 아쉬움이 컸다. 결국 후반기에는 불펜으로만 뛰었다. 딱 1경기, 8월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했다가 다시 2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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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최고 154㎞ 직구의 구위는 좋았다. 한유섬 맥브룸 고명준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회를 마쳤다. 32회 역시 삼진 하나 포함 3자 범퇴로 깔끔하게 넘겼다.
3회 들어 다시 흔들렸다. 선두타자 최지훈이 안타로 출루했고,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아까 홈런을 허용했던 최정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면 여기서부터 폭풍처럼 난타를 당했다. 한유섬에게 1타점 2루타, 맥브룸에게 1타점 적시타, 고명준에게 1타점 2루타를 잇따라 허용하며 순식간에 0-6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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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석은 5회를 마친 뒤 김강현과 교체됐다. 빛나는 6개의 삼진만큼이나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첫 이닝과 최정의 홈런은 어쩔수 없었다면, 3회의 흔들림이 아쉬웠다. 최정까지 잘 처리했기에 돌아보면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기존 선발투수가 등판하기 힘든 월요일 경기였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들에게 무리한 임무를 지우기보단 대체선발을 2군에서 콜업하는 쪽을 택했다. 당초 시즌초 4선발로 뛰다 2군에 내려간 김진욱의 테스트가 유력했지만, 김진욱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민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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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외국인 투수 반즈가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고, 4선발 나균안-5선발 박진의 입지도 현재로선 확실하지 않다. 이민석이 파고들 구멍은 충분히 있는셈. 이날 투구를 지켜본 김태형 감독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