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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 1만8700명 야구팬 축복 속 그라운드 떠났다 [인터뷰]

최종수정 2025-05-12 07:51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사진제공=KT 위즈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은퇴 기자회견에 임한 신본기. 김영록 기자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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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예상 못했다. 내가 은퇴식을 할만한 선수가 아닌데…그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신본기는 싱긋 웃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짓고 부산MBC 라디오 해설위원으로 새출발 했다. 전날 늦게까지 진행된 롯데 경기 해설을 마치고 새벽에 수원까지 올라왔다.

1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신본기는 "부모님이랑 가족들 생각을 하니 벌써 울컥하다. 은퇴식 때 울면 안되는데…"라며 "내가 정말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멋쩍어했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처음 롯데 지명(2012년 2차 2라운드)을 받고 유니폼을 입던 날, 2017년 가을야구. 그리고 2021년 KT 창단 첫 우승"을 꼽았다.

이어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쏘아올린 홈런을 떠올리며 "그날 그 감각은 지금도 생생하다"며 미소지었다.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사진제공=KT 위즈
신본기의 은퇴식은 이날 KT-롯데전을 앞두고 열렸다. 그는 "롯데와 KT의 한국시리즈 중계를 하고 싶다"는 속내도 전했다.

"부산에서 자라서 롯데에서 뛰었다. 프로야구 입문도 롯데에서 했다. 그래서 롯데는 내겐 부모님 같은 느낌이다. 또 트레이드로 오긴 했지만 FA 계약도 했고, KT는 내게 너무 좋은 경험, 값진 시간으로 남은 팀이다. 수원에서 결혼 생활을 했다는 느낌이다. 두 팀 모두에게 감사하다."


롯데 시절 주전 유격수로 뛴 시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롯데-KT 공히 전천후 내야 멀티로 활약했다. 많지 않은 연봉에도 끊임없는 기부와 봉사활동으로 '선행왕'이란 별명도 붙었다. 그는 "정말 잘한 일이구나 싶다. 여유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지만, 선행보단 야구로 좀더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면서 웃었다.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신본기의 아들 건후가 시구를 맡았다. 사진제공=KT 위즈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신본기, 아들 건후, 딸 유솜. 사진제공=KT 위즈
"경남고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못받았을 때 야구를 그만둘 뻔했다. 정말 좌절감이 컸는데, 동아대에서 날 보듬어주신데 대한 감사함이 너무 컸다. 그래서 후배들을 위해 기부했고, 또 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베푼다기보단 내가 얻는 행복감이 더 컸다. 삶의 질이 상승했다고 할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했다."

'미스터 기본기'란 영광스런 별명도 있다. 신본기는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연습을 많이 하고, 더 기본에 충실한 선수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KT에선 1군보단 퓨처스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덕분에 지금 1,2군의 주축을 형성하는 젊은 선수들과도 접점이 많다. 신본기는 "너희 능력을 의심하지 마라.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 때를 위해 좌절하지 말고, 앞만 보면서 나 자신을 가다듬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안현민 권동진 천성호 등 지금 1군에서 뛰는 후배들을 보는 눈이 한결 따뜻한 이유다.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사진제공=KT 위즈
"팬들이 아니었다면 13년이란 프로 생활을 계속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정말 힘이 됐고, 감사드린다.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은퇴식을 통해 팬들의 기억에 남는 것도 기분 좋다. 이 추억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두번째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날 신본기는 은퇴 기념 팬사인회 및 그라운드에서의 은퇴식을 가졌다. 한국시리즈 홈런을 시작으로 선수 시절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고, KT 선후배들의 축하와 격려도 뒤따랐다.

우규민 황재균 고영표 장성우 등은 신본기에 대해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 모범이 될 만한 선수", "함께 했던 시간이 영광이었다. 옆에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멋진 남자" 등의 인사를 전했다.


"롯데는 부모님, KT는 아내" 선행왕의 '흙먼지 가득' 13년 야구인생…
사진제공=KT 위즈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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