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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이부시긴(いぶし銀)' 이라는 말이 있다. 유황으로 표면을 그슬린 은, 또 그런 빛깔. 비유적으로 '화려하게 보이지 않아도 실력이나 매력이 있는 것'을 표현한다. 야구선수의 수식어로 쓰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 이부시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선수가 KBO리그에도 있다. 두산 베어스의 김인태(30) 다.
김인태의 투 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0.272.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김인태는 볼넷을 고르는 능력이 뛰어나다.
"모든 타석에서 살아 나가야 되겠지만 쉽게 죽으면 안 되는 상황이나, 특별하게 살아나가면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 타석에 들어갈 때가 많기 때문에 (출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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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태의 볼넷 13개 중 0B2S나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골라낸 볼넷이 6개나 된다. 3B2S 이후 볼넷은 8개다. 3B2S 이후 볼넷을 8개 얻은 타자는 리그에 29명 있는데 김인태의 타석수가 가장 적다.
김인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경기에 나가면 잘 해야 하고, 안 나갈 때도 뒤에서 도와줄 일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인태는 플레이 스타일 뿐이 아니라 타석에 들어갈 때의 등장곡도 '이부시긴'스럽다. 케이윌의 발라드 곡 '말해! 뭐해?'.
"케이윌 가수님의 노래를 좋아하고 케이윌씨가 두산팬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에 그 두가지를 고려해 고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밝은 노래를 선택하려고 했는데 케이윌씨 노래는 발라드 분위기라서 그 중 밝은 것이 그 노래였습니다."
댄스 뮤직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선율은 김인태에게 잘 어울린다. '이부시긴' 김인태는 간주의 휘파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오늘도 중요한 순간 타석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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