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잠실구장의 특이한 구조가 사고를 키운 것일까.
공만 보고 따라가던 김민수가 공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김민수를 피하려던 홍창기가 달려오다 멈췄는데, 이 때 김민수의 몸이 홍창기의 왼 무릎쪽을 강타했다. 홍창기의 무릎이 뒤틀렸고, 쓰러지자마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바로 구급차가 그라운드에 들어왔고, 홍창기는 이송됐다. 무릎에 큰 부상이 염려되는 순간이었다. 전방이든, 후방이든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면 오랜 기간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 선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잠실구장은 1982년 개장한 한국야구의 성지다. 그만큼 오래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많은 부분들이 낙후돼있는데, 가장 특이한 건 그라운드에서 더그아웃이나 관중석쪽으로 가면 갈수록 내려가는 경사가 심하다는 것이다. 더그아웃에서 보면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가 움푹 솟아있고, 더그아웃 앞으로는 심한 내리막 경사다. 신식 구장들이야 배수 시설을 갖췄지만, 예전에는 특별한 배수 시설을 들일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게 하기 위한 구조다.
|
잠실구장은 또 페어지역 외 파울 지역에 인조잔디를 심었다. 관리가 어렵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선수들이 이동, 훈련간 자주 밟아 훼손되는 잔디를 관리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미관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야구장에도 페어 지역은 천연잔디, 파울 지역은 인조잔디인 곳은 거의 없다. 한국 야구장들만의 특성이다. 잠실구장은 작년 개막 전 인조잔디를 새롭게 정비했었다.
문제는 천연잔디 구장에서 신는 쇠징이 박힌 스파이크를 신고, 인조잔디를 밟으면 그 신발이 푹 박혀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홍창기도 달려오다 급하게 멈추는 상황에서 스파이크가 인조잔디에 강하게 박히고, 무릎이 고정된 상황에서 충돌이 일어나 충격이 배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천연잔디나 흙이었다면, 발이 조금이라도 미끌어졌다면 부하가 덜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괜찮겠지'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꼭 사고가 난 후 조명이 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사고는 안타깝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잠실에서 뛰는 선수들은, 그동안 수차례 이번 사고를 예견하듯 문제 제기를 해왔다고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