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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 에이스 같은데? 뭐가 달라지겠어요. 마음이 편하대."
프로 무대에서 끝내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유망주로만 남나 싶던 차. 오원석은 트레이드로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명투수 출신인 이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투수 조련사로 명성을 떨쳤기에 과연 오원석도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오원석은 9경기에서 5승2패, 50이닝,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하며 리그 1선발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전체 7위, 국내 투수들 가운데는 1위 LG 트윈스 임찬규(1.99) 다음인 2위다.
사실 제구 불안 문제를 완벽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그 불명예 기록 1위에 올라 있다. 오원석은 18일까지 9이닝당 볼넷 수 4.32개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1위다. 리그 평균이 2.87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기록은 오원석이 리그에서 제구가 가장 안 좋은 선발투수라 말하는데, 어떻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을까. 이 감독은 포수 장성우의 볼배합, 그리고 제춘모 kt 투수코치가 전수한 체인지업을 포인트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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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지금은 뭐 제구력이 쿠에바스보다 훨씬 좋더라(웃음). (소)형준이랑 또 친구고, 그런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형준이 보면서 많이 배울 수도 있고. 형준이가 멘탈이 워낙 좋으니까. 처음에는 (오원석이) 약간 새가슴 끼가 있었는데, 지금은 안정된 것 같다. 구위 자체야 뭐 원래 좋았으니까. 하나 큰 게 있다면 (장)성우의 볼배합이다. SSG에 있을 때랑 우리팀에서 볼 배합이 너무 다르니까 오원석도 '어 뭐지' 하는 것 같더라. 우리 팀은 유인구를 안 쓰지 않나. 성우가 원석이한테는 큰 것 같다. 내가 볼 때는 볼 배합이 작년에 비해서 슬라이더보다는 체인지업 비율이 한 30% 이상 올라갔으니까. 지금 체인지업은 제춘모 코치가 조금 교정을 했는데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원래 제 코치가 체인지업을 잘 던졌다. 그립 같은 것을 배우고 체인지업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성우는 "(오)원석이가 제구가 들쭉날쭉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것은 없고,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지게 하는 방향으로 리드한다. 그날 제구가 잘되고,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수 있는 구종 위주로 던지도록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볼넷이 자주 나오는 것은 SSG 시절과 큰 차이가 없어도, 마운드 위에서 오원석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이 감독은 "마음이 편하다더라. 원래 볼넷 던지는 투수들은 벤치랑 싸운다. 벤치랑 싸움을 안 하게 해준다고 보면 된다. '안 바꾸네? 진짜 안 바꾸네?' 그러지 않겠나. 벤치랑 안 싸우고 타자랑 싸움을 하는 것이다. 마음이 편해졌다는 게 그런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내가 '야 배제성(kt에서 볼넷이 많은 대표적 투수)도 그렇게 던졌는데, 너 같으면 난 충분히 참을 수 있어'라고 그랬다. 투수코치도 볼넷 보내고 안타를 맞지는 말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꿔주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는 오원석이 기운까지 좋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오원석은 올 시즌 경기당 득점지원 3.89로 kt 선발투수 가운데 1위다.
이 감독은 "상대팀 1선발이든 누가 나오든 원석이만 나가면 방망이를 많이 친다. 득점지원이 좋다. 형준이하고 (고)영표만 나가면 1, 2점을 주면 못 이기는데, 신기하게 그렇게 되더라. 그리고 그렇게 될 상황이 아닌데 이상하게 경기가 흘러가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오원석에게 올해 우주의 기운이 모이고 있다고 진지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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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