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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키움은 지난주 홈 6연전을 모두 패했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에 연속 스윕을 당했다. 7연패. 14승41패 승률 2할5푼5리다. 9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가 10경기다. 1위 LG 트윈스와 9위 두산의 승차가 11경기인데, 9위와 10위 간 한 계단 차이가 10경기라니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월 들어 완전히 무너졌다. 5월 치른 22경기 중 승리한 경기는 단 3경기 뿐이다. 당연히 연승도 없고, 위닝 시리즈도 없다.
한 야구 관계자는 "주축 선수들을 다 떠나보내는 것도 모자라 지킬 수 있는 선수들까지 버리면서 어떻게 선수단에 야구를 하라는 것인가"라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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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3년 전, 2022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팀이다. 그 전까지도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프런트의 현미경 스카우트와 선수 응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현장의 용병술이 조화를 이루며 강팀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팀이 망가지는 것도 정말 한 순간이었다. 김하성(탬파베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등 팀의 간판 선수들을 메이저리그로 떠나보냈다. 포스팅 보상금을 떠나, 선수들의 꿈이 연결된 일이니 여기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했다.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갔으니, 이를 리빌딩의 기회로 삼겠다며 3년째 신인 지명권과 돈 모으기에만 혈안이 됐다. 그런 가운데 최원태(LG), 조상우(KIA) 두 마운드 핵심 카드가 팀을 떠났다. 안우진, 김재웅도 군에 입대한 상황이라 팀 전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최악의 사태는 지난 시즌 후 발생했다. 지난해 키움이 '강한 꼴찌'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는 확실한 원투펀치 후라도와 헤이수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하영민이 분전하며 3명의 선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니 다른 팀들도 키움을 만만히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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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건 외국인 타자 2명이었다. 논리는 그럴싸했다. '후라도, 헤이수스가 있어도 꼴찌인데,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뭐라도 해봐야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설명.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였다.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팀은 없다. 설상가상 야심차게 뽑은 푸이그, 카디네스는 그야말로 '폭망'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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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만 했다. 타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건 우리 팀 전력약화로 이어지는 법.
실제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 키움만 만나면 상대팀들이 승수를 쌓느라 정신이 없다. 상대는 로젠버그, 하영민이 붙어 나오면 그 두 경기 중 한 경기를 잡고 나머지 경기를 이겨 위닝시리즈를 하는 걸 기본 목표로 세운다. 두 사람이 나오는 경기를 다 이기거나, 두 사람이 나오지 않는 시리즈는 스윕을 노린다. 이게 키움이 처한 무서운 현실이다.
키움은 뒤늦게 타자 2명 실패를 인정하고 투수 알칸타라를 데려오기로 했다. 하지만 늦었다. 선수들은 패배 의식에 젖어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두산 베어스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알칸타라가 갑자기 '폰세(한화)급' 피칭을 해줄 거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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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신인만 해도 무수한 내야 유망주들을 뽑았는데, 자기 포지션 하나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선수가 없다. 마무리 주승우 발굴 정도가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올시즌을 앞두고는 오히려 방출생들 수집에 열을 올렸다. 당장 시즌을 치를 전력 구성조차 하기 힘들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 와중에 FA, 다년 계약으로 붙잡은 이원석, 원종현, 이형종 등 베테랑들은 개점 휴업 상태이거나 부진하니 더욱 답이 나오지 않는다. 방향성이 없다. 투자 없이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요행을 바랐다가, 100패라는 초유의 역사를 만들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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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