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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에 보시죠" 현실이 됐다…첫 승으로 시작해 3위 쾌거까지! 서귀포에 불기 시작한 '야구 바람'

기사입력 2025-05-27 14:05


"3년 뒤에 보시죠" 현실이 됐다…첫 승으로 시작해 3위 쾌거까지! 서귀…
U-10 전국리틀 야구대회를 3위로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는 서귀포리틀야구단. 사진제공=서귀포리틀야구단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승이 간절했던 어린이들. 그러나 4승을 거두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지난 16일부터 화성 드림파크에서는 2025 U-10 전국리틀야구대회가 진행됐다.

서귀포 리틀야구단은 4강까지 진출하며 돌풍의 팀이 됐다.

제주도는 야구 볼모지다. 초·중·고 야구부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서귀포 리틀야구단은 이런 제주도 야구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출신인 오장훈 감독은 2023년부터 서귀포 리틀야구단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16년을 끝으로 은퇴한 오 감독은 감귤 농사를 짓다가 고향의 리틀야구 선수를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현역 시절 투·타에서 모두 뛰었고, 1군 경험도 있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서귀포 리틀야구단은 본격적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리틀야구연맹에 가입했고, 재정비에 돌입했다. 학생들도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2025 U-10 전국리틀야구대회는 서귀포 리틀야구단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승도 없었던 서귀포 리틀야구단은 첫 경기에서 고성리틀을 만나 9대8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감격의 첫 승. 오 감독도, 선수들도 모두 자신감을 얻었다.


"3년 뒤에 보시죠" 현실이 됐다…첫 승으로 시작해 3위 쾌거까지! 서귀…
사진제공=서귀포리틀야구단
두 번째 경기였던 화성서부리틀과의 경기에서는 11대3으로 대승. 기세를 이어 오산리틀(11대3)과 송파A·강북리틀 연합(5대0)까지 제압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 문턱에서 만난 상대는 동대문구 리틀. 5-0으로 앞섰지만, 6대7로 역전패를 당했다.

비록 결승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서귀포 리틀야구단에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새겨졌다.

김새원은 타율 7할8푼6리(14타수 11안타) 4홈런으로 대회를 휩쓸었고, 최현우 6할1푼5리(13타수 8안타) 1홈런, 오준민 5할3푼3리(15타수 8안타) 2홈런, 박유찬 3할3푼4리(15타수 5안타) 등 가능성을 보여준 아이들이 생겼다. 또한 주장 박주혁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오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오 감독은 "서귀포는 현실적으로 초등학교 야구단이 창단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금 선수반이 12명인데 동쪽 성산포부터 서쪽 대정까지를 합친 인원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이 모여서 서귀포 리틀야구단이 됐다. 처음 감독이 되면서 이 아이들만 바라봤다. 2~3학년 아이들이었는데 이제 나무를 심은 단계니 3년 후를 보자고 했다. 그리고 딱 3년 차에 4강의 꿈이 이뤄졌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또 부모님들께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오 감독은 서귀포 리틀야구단 지휘봉을 잡을 당시 "나는 야구부가 사라져서 제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제 2의 오장훈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서귀포는 따뜻한 날씨에 시설도 좋다. 이런 곳을 두고 야구를 위해 떠났던 현실이 아쉽다. 제주도에서도 충분히 좋은 선수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지금 전국에 어딜 내놔도 상위 레벨로 갈 수 있는 선수도 있다. 서귀포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 감독의 목표처럼 서귀포 리틀야구단은 제주도를 '구도(球都)'로 바꿔가는 초석을 놓기 시작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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