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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처구니 없는 송구 실책 그리고 이어진 조기 교체. 이 모든 결정의 배후에는 '사구(死球)' 여파가 있었다.
김혜성은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경기 만의 선발 라인업 복귀였다. 김혜성은 지난 10일 샌디에이고 원정 3연전 첫 판에는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역전승의 발판이 된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리는 등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강한 9번' 역할을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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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노리던 로버츠 감독은 결국 12일 경기에 김혜성을 다시 선발 라인업에 투입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토미 에드먼을 빼고, 김혜성을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타순은 그대로 9번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김혜성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3회초 첫 타석부터 팔꿈치 부근에 공을 맞은 게 내내 후유증을 남긴 듯 하다.
이날 0-1로 뒤진 3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나온 김혜성은 상대 선발 랜디 바스케즈를 상대했다. 초구에 기습적인 번트 모션을 취했다가 배트를 뺀 김혜성은 2구 째 커터를 쳤지만 파울에 그쳤다. 볼카운트 0B2S로 불리해진 상황. 3구째 커터(시속 89.7마일)가 몸쪽 깊은 곳으로 들어오더니 김혜성의 팔꿈치에 맞았다. 정확히는 팔꿈치 보호대에 맞았다.
김혜성은 큰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보호대가 부상을 막아줬다. 멀쩡히 1루로 걸어나간 김혜성은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샌디에이고 내야진은 김혜성의 도루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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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보다 심각한 건 수비에서 즉각적인 여파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김혜성은 6회말 무사 1루 때 송구 실책을 범하며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매니 마차도가 친 타구가 3루수 앞으로 굴러가면서 병살타성 타구가 됐다. 다저스 3루수 맥스 먼시가 잡아 2루의 김혜성에게 송구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이제 김혜성이 1루로 송구하면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KBO리그 시절 2루 수비가 전공이었던 김혜성에게는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플레이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처럼, 김혜성이 이 평범한 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2루 베이스를 찍고 1루로 몸을 돌려 송구했는데,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버렸다. 김혜성의 시즌 3호 실책이었다.
김혜성의 송구는 샌디에이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버렸다. 결국 마차도는 2루까지 진루했다. 이게 실점의 화근이 됐다. 후속 잭슨 메릴의 좌전안타 때 3루까지 나간 마차도는 개빈 쉬츠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다저스가 1-1이던 6회초 공격에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스리런 홈런으로 점수차를 벌렸기에 망정이지, 이 홈런이 아니었다면 역전을 당할 뻔한 장면이다.
이후 김혜성은 7회초 공격을 마친 뒤 7회말 수비 이닝 때 키케 에르난데스로 교체됐다. 타격부진과 수비 실책에 따른 질책성 교체로 보였다.
하지만 알고보니 로버츠 감독의 배려였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5대2로 승리해 원정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이후 김혜성을 바꿔준 이유에 대해 "김혜성이 오른쪽 팔꿈치 쪽 통증을 겪고 있었다. 이게 수비 실책의 원인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교체해줬다. 타박상 같은 데 하루 정도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회초 첫 타석 때 바스케즈의 공이 때린 팔꿈치 보호대 부위를 중심으로 타박상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보호대가 아니었다면, 골절 등 심각한 부상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샌디에이고 원정 3연전을 마친 다저스는 13일 휴식 후 14일부터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3연전을 치르게 된다. 김혜성은 14일 경기에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정후와의 '키움 선후배' 맞대결이 펼쳐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