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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이제 보여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1회라도 좋으니 전력으로 던지고자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투수에겐 빠른공이 최고의 재능"이라고 거듭 말해왔다. 빠른공을 가진 투수라면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떻게든 살려서 써보고 싶다는 속내를 수차례 밝혔다.
그 중 한명인 홍민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홍민기는 지난해 선발 1경기 포함 3경기에서 3⅔이닝을 소화했다. 결과를 떠나 1군 마운드에서의 경험이 쌓였다.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홍민기의 가치가 또 한번 발휘됐다. 이날 롯데는 경기 초반 선발 박세웅(3이닝 6실점)이 흔들리며 1-6까지 뒤졌지만, 홍민기기 4~6회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으며 반전 포인트를 마련했다. 그리고 7회말 대거 6점을 따내며 뒤집기에 성공, 4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끌려가는 상황에서 홍민기가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줬다"며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였다.
바야흐로 프로 데뷔 이래 최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기.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홍민기는 축하에 씩 웃는 미소로 답했다. 전화 문자 SNS를 가리지 않고 기대감과 축하가 폭발하고 있다고.
"전에도 최고 152㎞ 정도는 꾸준히 나왔다. 최근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2군에서 155㎞를 한번 찍었고, 1군에서 아무래도 흥분한 데다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갔는지 155㎞를 다시 던진 것 같다. 감독님께 보여줘야하는 입장이니까, 선발이라고 완급조절을 하기보단 그냥 1회부터 100%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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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자신감까지 얻었다.
"이제 1군 경기에서도 긴장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자신감이 가장 큰 것 같다. 2군이나 1군이나 똑같다는 마음으로 내 공을 던질 수 있다."
롯데는 한때 '좌완 기근'으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떠난 외인 선발 반즈를 제외하면 1군에 오가는 좌완투수가 김진욱 한명이던 시절도 있다.
올해는 다르다. 김진욱-정현수-송재영에 이제 홍민기까지 가세했다. 반즈를 비롯해 올해 데이비슨, 감보아 등 외인 선발들이 어린 좌완들에게 나름의 목표이자 멘토가 되고 있다.
홍민기는 "반즈가 슬라이더 던지는 팁을 알려주기로 했는데, 내가 1군에 자주 못 올라오다보니…"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데이비슨은 진짜 활발한 성격이다. 어린 선수들도 잘 챙겨준다. 감보아는 7회에도 156㎞ 꽂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떤 운동을 하는지, 앞으로 친해져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에 가깝지만, 1군 무대를 꿈꾸며 갈고 닦아온 커브와 체인지업도 있다.
당초 홍민기는 6월 첫 1군 콜업 당시만 해도 불펜으로 고려됐다. 하지만 박세웅이 예기치 않게 2군에 내려가는 등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
그는 "하루 전에 선발 통보를 받았는데, 떨리면서도 기대가 됐다. '보여줄 때가 왔다'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은 빠른 카운트 내로 자신 있게 승부하는 걸 좋아하신다. 직구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예쁨 받을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활짝 웃었다.
김태형 감독도 "올시즌은 선발로 준비하지 않아 투구수가 너무 적다. 올 겨울부터 선발로 준비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홍민기는 '풀시즌을 소화하기엔 아직 좀 마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니폼 입고 있으면 그렇게 보이지만, 키가 1m84인데 몸무게가 90㎏이 넘는다. 다 근육이다. 그렇지 않고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없다"며 자신의 몸관리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이어 "만약 내년 보직이 선발이 되면 좀더 키울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파이어볼러의 가치는 그 빠른볼을 얼마나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느냐, 혹은 최소한 스트라이크존안에 꽂을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홍민기의 경우 투구폼에 변화를 준게 특효였다.
전에는 이른바 '크로스파이어'형 투구폼이었다. 지금보다 동작 자체가 컸다. 첫발을 1루 쪽으로 딛고 돌아서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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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한화전 당시 5회를 채우지 못한게 가장 아쉽다. 홍민기는 "그때 5회 무사 2,3루에서 내려갔는데, 야구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다., 다음에 또 선발 기회를 얻게 되면 그 승리투수로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에 대해서는 "내가 막아야 한다, 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바로 들어가도 지장 없도록 잘 준비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코치님들이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 덕분"이라며 "어느 자리에서도 내 역할을 하는,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