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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최강야구를 살려, 한국 야구 붐을 더욱 크게 일으키겠다는 출사표.
난리가 났다. 야구 예능 프로그램 감독직을 위해 KT 위즈 1군에서 일하던 '레전드' 이 코치가 팀을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야구판이 들끓었다. 반응은 똑같았다. 어떻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시즌 중 팀을 무책임하게 떠날 수 있느냐, 방송사는 신성한 프로야구를 어떻게 보고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는 지도자에게 감독직 추파를 던져느냐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세출의 스타 이 코치가 이런 믿기 힘든 결정을 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많은 야구계 관계자들은 "예능이 프로야구를 우습게 보는 처사다", "자신들이 한국 야구 발전에 모든 역할을 했다고 자만하고 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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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야구' 제작진은 "한국 야구계의 전설 이 코치가 프로 구단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리면서 합류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저작권 침해 사태로 촉박하게 섭외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단과 프로야구 팬들에게 불편감을 드려 송구하다. 한국 야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야구 콘텐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코치, 아니 이 감독은 "6월 초 담당 PD와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감독직을 제안 받았다. 처음에는 사양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며칠 후 몇몇 은퇴한 후배들에게 연락이 왔다. '최강야구' 구심점이 돼달라고 했고, 여러 날을 고민했다. 야구 예능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몇 후배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후배들도 많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강야구'가 다시 뭉칠 수 있다면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일에 나도 함께 도전하고 싶어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일단, 자신이 아니면 프로그램이 제작되지 않는다는 전제인데 그럴 일은 없었을 듯. 결국 본인도 뭔가의 욕심에 끌려 KT 코치직을 떠났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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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최강야구' 감독직을 수락하면 많은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감독직 자체만을 원했다면 '최강야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강야구'를 살리는 것은 한국 야구의 붐을 더욱 크게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새로 출범하는 '최강야구'는 유소년 야구 등 아마 야구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은퇴 선수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끌고, 야구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예능이라고 해서 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능이고, 은퇴 선수라고 해도 야구를 진심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프로 선수였고, 프로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있는 친구들이다. 진심이 담긴 열정적인 야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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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이 '최걍야구'와 '불꽃야구'의 자존심 경쟁에 이용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쪽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서로를 밟고, 짓눌러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의 후발주자 JTBC는 매우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이 감독 충격 섭외도 그 일환이었을 것이다. 화제가 되려면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이미 많은 부를 축적하고, 지금도 많은 일을 하는 선수들만 배불러지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이 은퇴 후 정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일말이라도 그 진정성을 참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볼 때 그럴 일은 없을 듯 하다. 이미 '불꽃야구'에 들어가지 못한 스타 출신 은퇴 선수들이 줄줄이 섭외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 감독이 말하는 후배 선수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명분과 어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그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 좀 얻고 자꾸 "한국 야구 발전"을 운운하는게 너무 불편하기만 하다. 그 가운데 이 감독이 끼어 들어간 것 같아 일말의 안타까움도 생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