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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신인 때 말 잘 듣고 할 걸 그랬어요. 그게 조금 아쉽죠."
김호령은 지난 4일과 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2연승을 이끈 영웅이었다. 이틀 동안 8타수 5안타 5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했는데, 홈런 2개 3루타 1개 등 장타를 펑펑 치면서 KIA 타선의 흥을 끌어올렸다. 덕분에 KIA는 시즌 성적 45승36패3무를 기록,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공동 3위 롯데, LG 트윈스에 0.5경기차로 앞섰다.
김호령의 장타는 모두 영양가가 높았다. 장타 하나하나가 김호령 야구 인생의 역사적 순간이었다.
5일은 롯데 선발투수 박세웅과 롯데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2-0으로 앞선 2회말. 김호령은 박세웅에게 중월 홈런을 뺏어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자 지난해 4월 1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447일 만의 홈런이었다.
김호령은 내친김에 개인 최초의 역사도 썼다. 6-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만루 기회. 롯데 바뀐 투수 정현수가 첫 타자 최원준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헤매는 상황이었다. 김호령은 볼카운트 1B0S에서 정현수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생애 첫 만루홈런이자 개인 첫 멀티홈런이었다. 또 올 시즌 KIA의 첫 만루 홈런이기도 했다. 여기서 10점차로 크게 달아난 KIA는 13대0으로 대승했다.
김호령은 첫 만루홈런의 친 소감을 묻자 "쳤을 때도 솔직히 넘어갈 줄은 생각 못했다. 넘어가는 순간 솔직히, 모르겠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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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은 백업으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무수히도 많이 타격 폼을 바꿨다. 조금 맞다 안 맞기 시작하면 바꾸고, 또 바꿨다. 자연히 타석에서 결과가 꾸준할 수 없었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올해는 이 감독의 조언대로 타격 폼을 바꾼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주전 중견수 김호령을 만든 조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호령은 이 폼을 고수하며 시즌 타율 0.276(134타수 37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목표로 삼은 0.280에 근접하고 있다. 후반기에 나성범이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와도 김호령이 밀릴 일은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김호령은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어깨랑 골반이 빠지면서 타구가 빗맞았다. 그 문제를 보완하고자 왼발을 안으로 넣으면서 치는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느낌이 어색했는데, 방망이를 연습하면서 쳐보니까 괜찮긴 하더라. 경기에서도 잘 맞고, '이제 이렇게만 하면 잘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폼으로 꾸준히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이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금만 더 일찍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이 생각이 정말 많이 드는 요즘이다.
김호령은 "원래 신인 때 타격 코치님들이 많이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많이 흘려서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폼이 왔다 갔다 많이 했다. 지금은 감독님과 코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서 많이 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김기태 감독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내가 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들었으면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그게 조금 아쉽다. 그때 말 잘 들을 걸 그랬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김호령의 최근 활약을 반기며 "0.250 정도 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2루타도 많고 장타가 많다. 안타 쳐서 나가서 도루도 하고, 플레이할 때 발도 빠르니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해 주고 있다. 2016년에 본 느낌을 지금 보는 것 같다. 열정도 살아 있고, 너무 만족하면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호령은 "2016년에 감독님도 나랑 같이 선수 생활을 할 때다. 그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할 때 내가 수비하는 것을 보고 열정적인 것 같다고 말을 많이 해 주셨다. 경기 때 더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더 많이 열심히 하려고 하고 많이 뛰어다니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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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