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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순위 후보' 친구에 가려진 2인자, 당차게 성장한 '알짜배기' 좌완...제2의 이병헌, 이마나가가 될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7-07 05:07


'전체 1순위 후보' 친구에 가려진 2인자, 당차게 성장한 '알짜배기' …
사진=김용 기자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처음엔 '나도 저 위치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단기전 특성이 강한 고교야구라고 해도, 에이스 한 명으로 버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에이스의 컨디션이 안좋을 수도 있고, 투구수 제한도 있기에 '원투펀치'가 있어야 전국대회 우승을 꿈꿔볼 수 있다.

지난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팀 전주고가 그랬다. 전주고에는 부동의 에이스 정우주(한화)가 있었는데,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이호민(KIA)이라는 선수가 정우주 앞뒤에서 살림꾼 역할을 해주니 전주고 경기가 잘 풀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우주는 전체 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았는데, 이호민 역시 2라운드 초반 KIA 선택을 받았다. 스카우트들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올해 똑같은 느낌의 듀오가 청룡기를 빛내고 있다. 바로 경기항공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양우진과 이주호. 경기항공고는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경북고와의 16강전에서 10대5로 승리, 창단 후 처음으로 청룡기 8강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앞선 2회전 부산공고전에서는 좌완 이주호가 선발, 양우진이 마무리를 맡았는데 경북고전은 양우진이 선발로 나서고 이주호가 경기를 끝냈다.


'전체 1순위 후보' 친구에 가려진 2인자, 당차게 성장한 '알짜배기' …
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항공고와 부산공업고의 경기, 경기항공고 양우진이 역투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3/
일단 인지도는 양우진쪽이 훨씬 높다. 150km가 넘는 빠른공이 인상적. 박준현(북일고) 문서준(장충고) 두 사람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간다고 하면, 전체 1순위 영광을 획득할 최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주호도 1라운드 지명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어도, 많은 구단들의 주목을 받는 투수로 성장했다. 좌완으로 최고 147km 속구를 뿌리고, 제구와 변화구 구사가 고교생 선수 치고 훌륭하다. 체구가 그렇게 크지 않고, 팔을 약간 낮게 던지는 점이 잠재력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일단 현재 보여주는 퍼포먼스로는 고교 투수 중 상위권에 위치한다는 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주호는 자신을 어필해달라는 부탁에 "일단 스트라이크를 잘 던질 수 있다. 그리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결정적일 때 던지는 슬라이더가 좋은 편인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팔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 작년까지는 높았는데, 팔을 내리는게 오히려 제구 잡기도 편하고 구위가 사는 것 같아 폼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A 구단 스카우트는 "지명 순위까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 팀이든 지명을 받을 거라는 건 확신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이주호는 경기항공고에서 양우진의 그늘에 가려, 2인자로 야구를 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없느냐고 묻자 "솔직히 처음에는 우진이가 있으니 '나도 저 정도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야구를 했다. 그래도 올해 들어 조금씩 관심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기쁜 마음"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주호는은 좋아하는 프로 선수, 롤모델이 있느냐고 묻자 "두산 베어스 이병헌 선수를 좋아한다. 해외에서는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를 늘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좌완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 목표 설정이 명확하다는 걸 두 롤모델의 스타일로 알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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