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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방출 0순위였던 선수가 맞나 싶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6월 이후로는 재계약 0순위가 되는 대반전을 이뤘다.
내친김에 쐐기포까지 터트렸다. 케이브는 9회초 1사 후 송재영에게 중월 솔로포를 뺏어 8-5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이었다. KBO 데뷔 후 첫 멀티 홈런이기도 했다.
사실 케이브는 이승엽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던 5월까지만 해도 방출 0순위로 꼽혔다. 타석에서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타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의욕이 앞서 큰 실수를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6월 이후 케이브는 완전히 다른 타자다. 29경기에서 타율 0.358(106타수 38안타), 4홈런, 21타점, OPS 0.982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팀 내 타율 1위, 홈런 2위, 타점 1위, OPS 1위다. 두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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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의 진짜 가치는 그라운드 밖에서 나온다. 성적이 안 나올 때도 구단 내부적으로 가장 안타까워했던 게 바로 그의 성격과 태도다.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 동안 500경기 넘게 뛴 선수인데도 KBO리그를 낮게 보지 않고 그라운드에 일단 나서면 최선을 다했다. 조성환 감독 대행이 강조하는 '허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가 다름 아닌 케이브였다. 그의 유니폼은 늘 흙에 물들어 있을 정도로 그라운드에서 다 쏟아붓는다. 두산 관계자들이 "제발 성적만 내라"하던 차에 상승 곡선을 그리며 화답하고 있다.
두산은 올해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사실상 리빌딩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베테랑이 바로 케이브다.
두산 관계자는 "그라운드 위에서 허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전의 외국이 선수들과 차별점이 확실하다. 보여주기식 허슬이 아닌, 정말 매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현재 두산 엔트리에서는 여러모로 큰 귀감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라운드 위에서 모습뿐만 아니라 라커 안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멘토를 자처한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메이저리그 경험을 전달하는 등 라커룸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다. 이런 장점이 많은데도 성적이 저조해 아쉬움이 컸는데, 최근 맹활약하며 본인도 자신감을 되찾은 느낌"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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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