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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못한 게 제일 크다."
구단은 임기영이 지난해 고전한 이유로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도입을 꼽았다. 임기영은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을 공략하는 투수인데,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은 높은 곳을 공략하는 투수들에게 전반적으로 판정이 유리했다. 낮은 공에 ABS가 반응하지 않으니 당연히 상대 타자 출루가 많아졌고, 임기영은 심리적으로 계속 쫓길 수밖에 없었다.
올해 KBO는 임기영과 같은 투수들의 고충을 반영해 ABS 스트라이크존을 하향 조정했다. 존 크기의 변화 없이 상단, 하단 모두 0.6% 포인트 하향 조정해 전체가 아래로 이동하게 했다. 임기영은 이 변화에도 "막상 해봐야 알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도 임기영은 고전하고 있다. 10경기에서 1승1패, 9이닝, 평균자책점 13.00을 기록하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3.00에 이르고 피안타율은 0.489다. 이 정도로 부진한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수치가 나쁘다.
임기영은 특히 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얻은 기회는 반드시 살려야 했다. 그는 지난 5월 3일부터 무려 2개월 동안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다 지난 3일 힘겹게 이형범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임기영과 이형범이 맡은 임무는 추격조였다. 6월 승률 1위를 달리는 동안 불펜들이 꽤 지쳤기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는 임기영이 이닝을 끌어주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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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선두 한화와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총력을 펼치려 했다. 한화와 3연전에서 무너지면 최근 상승세가 확 꺾일 위험이 있었기 때문. KIA는 3회초 2득점해 3-3 균형을 맞추면서 최근 상승세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KIA는 3회말 대거 6실점하면서 한화에 승기를 내줬다. 1사 1, 2루에서 등판한 이형범이 노시환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놓이고, 채은성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해 3-6이 됐다. 김태연의 1타점 적시타가 터져 3-7이 됐고, 1사 1, 2루 위기가 계속되자 임기영을 올렸다.
임기영은 올라오자마자 최재훈과 심우준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얻어맞아 3-9까지 벌어졌다. 이원석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힘겹게 3회말을 끝냈다.
임기영은 4회말은 4타자를 상대하면서 큰 고비 없이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5회말까지 버티진 못했다. 선두타자 김태연을 안타로 내보낸 뒤 하주석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1사 1루에서 최재훈의 안타로 1, 2루 위기가 이어졌고, 심우준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해 3-10이 됐다. 이원석을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해 2사 1, 2루까진 버텼으나 리베라토와 문현빈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허용해 3-12가 됐다. 결국 김태형으로 마운드가 교체됐고, 김태형이 노시환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임기영의 책임주자 한 명을 더 불러들였다.
임기영은 2⅓이닝 40구 8피안타 무4사구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KIA가 8회초 위즈덤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5점을 뽑으면서 8-14까지 추격한 것을 고려하면 임기영의 부진은 더 뼈아팠다. 이형범과 임기영이 각각 4실점으로 무너지지만 않았다면 훨씬 팽팽한 싸움이 가능했다. 두 투수가 무너진 결과는 14실점 참패였다.
이범호 KIA 감독은 2군에 있던 임기영이 언급될 때면 언젠가는 팀을 위해 자기 몫을 해줘야 할 선수라고 표현했다. 구단은 여전히 임기영을 믿고 기다리고 있고, 선수 본인도 돌파구를 찾으려 애를 쓰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를 실타래를 푸는 게 영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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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