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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타자들이 잘해 주는데 나도 한번 해주고 싶어서 목숨 걸고 던졌다."
9회까지 직구 구속 150㎞를 유지하는 괴력과 스태미너를 뽐냈다. 양우진은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50㎞, 평균 구속은 146㎞를 기록했다. 변화구는 커브(109~123㎞), 슬라이더(127~135㎞)를 섞어 경남고 타선을 제압했다.
투구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양우진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100구 이상 던지고도 공에서 힘이 떨어지지 않는 하드웨어에 감탄했다.
0-0으로 맞선 7회가 최대 고비였다. 1사 후 유진준의 타구가 마운드 앞에서 크게 튀어오르면서 안타가 됐다. 정문혁마저 2루수 내야안타. 1사 1, 2루 위기에서 오지성의 유격수 땅볼로 2사 2, 3루가 됐다. 양우진은 코치진의 마운드 방문에도 내려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김준안을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펼쳤다. 이태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양우진은 우승 세리머니를 하듯 크게 포효했다.
위기를 넘기자 타선이 화답했다. 경기항공고는 8회초 한동연의 3타점 싹쓸이 적시 3루타와 김다민의 1타점 적시타를 묶어 4-0으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양우진은 9회 선두타자 유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이주호에게 공을 넘겼다. 더 던질 힘이 남아 있었지만, 한 경기에 105구를 넘길 수 없는 규정에 막혔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직전 경기 투구 내용이 조금 안 좋아서 이번에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봤다. 1회에는 조금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더니 이닝을 진행할수록 밸런스가 좋아지는 것 같았다. 100개 가까이 던져도 구속이 유지되고 체력도 좋았던 것 같다. 위기 관리 능력도 볼 수 있었다. 투구 수 관리를 잘해서 100구 정도로 이닝을 이 정도까지 끌고 오는 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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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팽팽한 싸움을 하면서 긴 이닝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는 동료들을 꼽았다.
양우진은 "타선이 요즘에 정말 잘 쳐주고 있어서 나도 한번은 해주고 싶었다. 목숨 걸고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102번째 공의 구속은 150㎞가 찍혔다. 키 1m90, 몸무게 98kg 건장한 체격의 장점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양우진은 "카운트가 그렇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일단 직구를 많이 던졌는데도 타자들이 잘 못 따라오더라. 그래서 직구를 그냥 믿고 들어갔다. 공을 세게만 던지려 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는 강하게 던져야 되다 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시속 150㎞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신인드래프트 1순위 후보라는 평가에 설레는 요즘이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은 최근 신인 육성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가 보유하고 있다.
양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자리에 내가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라 생각한다. 꼭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나는 좋은 체격 조건을 활용해 강한 직구를 던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변화구 다양성과 완성도를 조금 더 보완하고 싶다"고 했다.
102구를 던진 양우진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다. 규정상 4일을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기 때문. 만약 경기항공고가 대회 우승 역사까지 쓴다면 양우진은 벤치에서 지켜봐야 한다.
양우진은 "벤치에 있는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파이팅을 외쳐 줬다. 나도 내일(10일 준결승전)이랑 결승까지 올라가게 된다면 앞장서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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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