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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솔직히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계속 2군에서 같이 했던 형들인데, 1군에 와서 똑같이 같이 하고 있으니까."
박민은 "어깨는 자신 있다. 어깨에 자신이 있으니 무리한 플레이를 안 하고, 남들보다 한 스텝을 더 밟아도 충분히 아웃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편해 보이는 것도 있다. 바운드 잘 맞추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유격수는 2년 연속 수비상을 자랑하는 박찬호가 버티고 있어 빈틈이 없는 상황. 박민은 올해로 2년째 2루수 수비를 배우면서 유틸리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일단 베테랑 김선빈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경기 후반 대수비가 필요할 때 빈자리를 채우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지금은 오선우, 김호령, 김규성, 김석환 등 그동안 2군에서 함께 고생했던 형들과 1군에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박민은 "1군에서 야구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부상자가 많은 게 팀으로 보면 많은 손해지만, 내게는 또 좋은 기회였다. 지난해도 (박)찬호 형, (김)선빈 선배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올해랑 똑같은 기회가 있었다. 그때는 죽을 둥 살 둥 덤비면서 자리를 꼭 잡겠다고 생각하니 압박감과 부담이 되면서 오히려 안 좋더라. 올해는 즐기자고 생각했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6월에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계속 2군에서 같이 했던 형들인데, 1군에 와서 똑같이 같이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또 결과가 다들 잘 나오고, 팀도 결과가 좋으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걸까' 계속 신기했던 것 같다. (오)선우 형과 (김)호령이 형이 잘하는 것을 보면서 동기 부여도 많이 되고, 내가 후배지만 자랑스럽고 대견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형들 다 진짜 많이 고생했는데, 잘하는 것을 보니까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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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이 1군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타격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한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타율 0.233(43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 OPS 0.670을 기록했다. 신인이었던 2020년 5월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헤드샷에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뒤 극복하는 시간이 길었다.
이 감독은 "민이가 처음 와서 퓨처스 경기하다 얼굴을 맞았다. 그게 타자한테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퓨처스 감독, 총괄 코치가 되면서 민이가 맞고 난 다음에 이야기해봤는데 두려움이 상당했던 것 같다. 자기 타격을 2~3년 동안 불안해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게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것을 없애려고 혼자 특타도 시켜보고 했는데, 확실히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두려움 없이 경기하고 있다. 야수들은 5년 이상 지나야 자기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나이가 된다. 민이는 그 시점이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박민은 "공에 맞고 1년 정도는 힘들었는데, 그 이후로는 공이 무섭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몸이 기억을 해서 그런지 타석에서 몸이 도망가고 빠지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안 좋은 습관이 몸에 배서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냈다. 몸이 많이 빠지니까 오히려 안으로 들어간다든지 크로스 스탠스로 서서 쳐보고 그랬다"고 밝혔다.
프로에 와서 6년 동안 박민은 꾸준히 성장했다고 믿는다. 타격 스트레스를 줄인 게 가장 큰 변화다.
박민은 "처음 신인 때랑 비교하면 진짜 많이 성장했다. 신인 때는 야구장에서 그냥 풀이 죽어 있었다. 이범호 감독님이 2군에 계실 때 '수비할 때는 행복해 보이는데, 방망이만 잡으면 울상이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정도로 타격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때는 진짜 거의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는 타격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는데, 프로에 와서 폼을 계속 바꿨다. 어린 마음에 타격코치님들이 어떤 말씀을 해주시면 곧이곧대로 다 따라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내 것이 없더라. 선배들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고치는 게 쉽지 않았다. 군대에 가서 내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들을 것은 듣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게 가능해졌던 것 같다. 지금 폼을 유지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내게 가장 편한 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석에서 삼진을 줄여 나가는 게 목표다. 올해 1군에서 좋은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면서 많이 배웠다.
박민은 "올해는 선발 출전하면 외국인 투수들을 진짜 많이 만났다. 헤이수스(KT) 로건(NC) 앤더슨(SSG) 데이비슨(롯데) 이렇게 만났는데, 직구나 그냥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못 칠 것 같은 느낌은 없다. 그런데 칠만한 공이 파울이 되고, 2스트라이크가 되면 떨어지는 공들이 진짜 좋다.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꼈고, 2스트라이크 이후 좋은 변화구를 참으면 또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온다는 것도 느꼈다. 처음에는 1군 투수들을 상대하기 정말 어려웠는데, 갈수록 내가 칠 공과 치지 말아야 할 공을 구분하면서 삼진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후반기에도 KIA가 상승세를 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은 "팬들께서 수비를 잘한다고 말해 주셔서 감사하고, 방망이만 좀 더 잘 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 주셨다. 노력하고 있으니까.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후반기에는 좋은 성적을 올려야 되니까 내가 후반에 나갔을 때 지키는 야구도 잘돼야 한다. 투수들을 많이 도우면서 팀도 많이 돕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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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