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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외인 에이스 초비상

기사입력 2025-07-21 19:54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한화전.4회까지 4실점한 와이스가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NC-한화전. 1회초 연속안타를 맞은 와이스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1/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 더위, 아프리카보다 괴롭다는 말.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한반도의 살인적 더위. 단지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습도까지 겹쳐 최악의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실제 동남아 등 적도에 가까운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진지하게 '한국이 더 덥다'고 혀를 내두른다.

반도 지형의 지리적 특성도 한몫 한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뜨거운 동풍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서풍이 만나 땀이 쉴새 없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 가득한 여름을 만들어낸다.

외국인 선수들도 죽을 맛이다. 살면서 이런 형태의 더위를 겪어보지 않은 선수들이 태반이다. 중남미 출신에 비해 미국 출신 선수들의 고충이 더 심한 편이다.

장마 끝자락에 엄청난 습기가 야구장을 가득 메웠던 19일.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푹 쉬고 후반기 첫 등판에 나선 외국인 에이스들이 속속 무너졌다. 마치 습식 사우나를 방불케 했던 날씨 탓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전 한화-KT전. 한화 우완 와이스와 KT 좌완 헤이수스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투수전이 예상됐던 날. 뚜껑을 열자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두 에이스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 초반에 집중타를 허용하며 각각 3이닝 만에 조기 강판했다.


와이스는 3이닝 7안타 5실점, 헤이수스도 3이닝 9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와이스는 63구, 헤이수스는 60구로 더 갈 수 있었지만 무리였다. 평소 구위가 아니었다. 상대 타자들이 자신 있는 스윙으로 많은 안타를 뽑아내며 두 에이스를 괴롭혔다.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경기. 1회 연속 안타와 3실점을 허용한 한화 선발 와이스.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9/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 KT 헤이수스가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제거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6.24/
와이스는 시카고 인근인 일리노이주 사우스 엘진 출신. 여름에 더운 지역이지만 한국 만큼 습한 더위는 아니다. 땀이 많은 체질인 와이스는 한국 여름이 괴롭다. 줄줄 흐르는 땀이 긴 머리는 물론, 팔뚝까지 흥건하게 적실 정도. 경기 중 마운드에 오른 직원으로부터 수건을 건네 받아 팔뚝의 땀을 닦고, 로진백을 연신 팔목까지 바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습도 많은 더운 날, 물처럼 줄줄 흐르는 땀이 투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

공교롭게도 본격적인 K무더위가 시작된 뒤 맥을 못 추고 있다. 6월17일 롯데전에 8이닝 무실점으로 포효했던 와이스는 우천 취소 다음날로 습도가 높았던 6월25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만에 5실점(3자책)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최고 34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일 대전 NC전도 4이닝 만에 4실점 하며 조기강판했다. 6일 고척 키움전에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10승을 달성했는데 이날은 습한 무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고척 돔구장 경기였다.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였던 19일 수원 KT전도 절정의 습도 가득한 사우나 같은 날씨 속에 조기강판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헤이수스 조차 K 습도를 이겨내지 못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32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일 수원 키움전에서 시즌 최다 11안타로 5이닝 7실점 패전투수가 됐던 헤이수스는 습도 가득했던 19일 수원 한화전에서 시즌 두번째 많은 9안타를 허용하며 3이닝 만에 물러났다.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KIA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SSG 앤더슨.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2/
같은 날 인천 두산전에서 SSG 앤더슨도 잇단 실투 속에 올시즌 최다인 3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사막기후인 미국 네바다주 르노 출신인 앤더슨은 시카고 텍사스 등을 거치며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은 숱하게 겪어 봤지만 이처럼 습도 높은 여름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환장하는 K더위에 흐물흐물 녹아웃...습식 사우나 같은 찜통 더위 본격화…
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삼성 후라도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06/
20일에도 외국인 투수들의 수난사는 이어졌다. 삼성 후라도는 대구 키움전에서 3점 홈런 포함, 11안타 7실점(2자책)으로 흔들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친정 키움을 상대로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로 2승 무패, 2.2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터. 수비 도움이 아쉽긴 했지만 초반부터 안타를 많이 맞으며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 선발 키움 알칸타라도 5이닝 동안 홈런 4방을 허용하며 10안타 7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2019년 KBO 데뷔 후 알칸타라는 삼성 킬러였다. KT와 두산, 키움을 거치며 이날 경기 전까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 중이었다. 9경기 4승2패, 1.85의 평균자책점.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삼성 타선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2차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시점. 앞으로 한달여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단지 기온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다. 습기 가득 머금은 더위가 외인 투수에게는 최악이다. 비 온 직후, 혹은 비가 내릴 것 같은 습도 높은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습한 여름에 약한 외국인 에이스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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