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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 더위, 아프리카보다 괴롭다는 말. 농담인 줄 알았다.
반도 지형의 지리적 특성도 한몫 한다.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뜨거운 동풍과 습기를 잔뜩 머금은 서풍이 만나 땀이 쉴새 없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 가득한 여름을 만들어낸다.
외국인 선수들도 죽을 맛이다. 살면서 이런 형태의 더위를 겪어보지 않은 선수들이 태반이다. 중남미 출신에 비해 미국 출신 선수들의 고충이 더 심한 편이다.
대전 한화-KT전. 한화 우완 와이스와 KT 좌완 헤이수스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투수전이 예상됐던 날. 뚜껑을 열자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두 에이스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 초반에 집중타를 허용하며 각각 3이닝 만에 조기 강판했다.
와이스는 3이닝 7안타 5실점, 헤이수스도 3이닝 9안타 5실점으로 무너졌다. 와이스는 63구, 헤이수스는 60구로 더 갈 수 있었지만 무리였다. 평소 구위가 아니었다. 상대 타자들이 자신 있는 스윙으로 많은 안타를 뽑아내며 두 에이스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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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본격적인 K무더위가 시작된 뒤 맥을 못 추고 있다. 6월17일 롯데전에 8이닝 무실점으로 포효했던 와이스는 우천 취소 다음날로 습도가 높았던 6월25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만에 5실점(3자책)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최고 34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일 대전 NC전도 4이닝 만에 4실점 하며 조기강판했다. 6일 고척 키움전에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10승을 달성했는데 이날은 습한 무더위를 피할 수 있었던 고척 돔구장 경기였다. 그리고 후반기 첫 경기였던 19일 수원 KT전도 절정의 습도 가득한 사우나 같은 날씨 속에 조기강판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헤이수스 조차 K 습도를 이겨내지 못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며 32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일 수원 키움전에서 시즌 최다 11안타로 5이닝 7실점 패전투수가 됐던 헤이수스는 습도 가득했던 19일 수원 한화전에서 시즌 두번째 많은 9안타를 허용하며 3이닝 만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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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발 키움 알칸타라도 5이닝 동안 홈런 4방을 허용하며 10안타 7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2019년 KBO 데뷔 후 알칸타라는 삼성 킬러였다. KT와 두산, 키움을 거치며 이날 경기 전까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 중이었다. 9경기 4승2패, 1.85의 평균자책점. 하지만 이날 처음으로 삼성 타선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2차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될 시점. 앞으로 한달여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단지 기온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다. 습기 가득 머금은 더위가 외인 투수에게는 최악이다. 비 온 직후, 혹은 비가 내릴 것 같은 습도 높은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습한 여름에 약한 외국인 에이스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