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모기업이 허락할까요?" '퓨처스 산업화' 이상적이긴 하지만…걸림돌은 무엇? [퓨처스도 돈이 된다②]

기사입력 2025-07-23 07:10


"모기업이 허락할까요?" '퓨처스 산업화' 이상적이긴 하지만…걸림돌은 무…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경기 전 선전을 다짐하는 퓨처스 남부리그 선수들.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1/

퓨처스리그(2군)는 그동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육성의 텃밭'으로만 여겨졌다. 대부분 구단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관중 접근이 어려운 장소에 퓨처스 시설을 마련했다. 당연히 독립과 자생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 있어야 할까.

KBO리그는 역대급 흥행을 달리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더 가파른 관중 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퓨처스리그는 우리와 다르다. 단순히 육성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수입을 마련하며 또 하나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지역 밀착형 퓨처스리그 산업화. KBO리그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시장 확대와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을 위해서 개척해야 할 새로운 길. 프로야구 유치에 대한 지자체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한 '퓨처스리그 산업화'의 가능성과 걸림돌, 그리고 해법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당연히 발전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맞죠. 그런데…."

'퓨처스 산업화' 이야기를 들은 많은 야구 관계자는 야구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질적 향상은 물론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프로야구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퓨처스리그의 동반 확장이 필요하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문제는 현실이다. 이상적 구호를 현실화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실제 퓨처스 산업화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엇갈렸다. 부정적인 전망도 많았다. 수많은 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성공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퓨처스리그는 경우 '선수 육성'이라는 목표를 두고 탄생했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접근성이 어려운 도시를 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팬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2군 시스템인데 산업화를 이유로 개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에이전트는 "곳곳에서 사건 사고가 나는데 개방이 이뤄질 경우 선수들이 더 많은 유혹에 노출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일본과 다르게 땅이 넓지 않은 한국의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모두 한국에 비해 국토가 넓다. 교통 여건을 고려하면 1군 프로야구를 보러 가는 게 쉽지 않은 지역 사람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2군 경기가 대체재가 될 수 있었고,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모기업이 허락할까요?" '퓨처스 산업화' 이상적이긴 하지만…걸림돌은 무…
춘천 의암야구장. 사진제공=스포츠조선DB
퓨처스가 본격적으로 관중을 받고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장인 퇴근 시간 이후인 저녁 경기가 불가피하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야구단이 없는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고는 프로야구 접근성이 뛰어나다. KTX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도 안 걸린다.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도 가능한 구조다. 미국과 일본과는 또 다른 구조"라며 "1군 경기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퓨처스 경기를 보러가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관중을 받기 위해서는 퇴근 이후로 경기 개시를 잡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1군 경기와 동시에 개시될 경우 굳이 퓨처스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설 또한 문제로 지적 받았다. 퓨처스 구장의 경우 대부분 신축 및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환경의 구장도 많다. 특히 조명 시설을 이용해야 되는 저녁 경기가 진행될 수 있는 구장도 제한적이다.

KBO는 지난 6월 퓨처스 11개 구장 점검한 뒤 지자체 및 구단에 개선을 요청했다. 선수단 편의 시설이 노후화되고 낙후되어 있는 현실 속 낙후된 관중 편의 시설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관중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식음료 시설 또한 유치해야 하는데 1군보다 수요가 적은 퓨처스리그에서 이런 부분들이 원활하게 이뤄질 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모기업이 허락할까요?" '퓨처스 산업화' 이상적이긴 하지만…걸림돌은 무…
스포츠조선DB
모 기업 의존도가 높은 KBO리그에서 구단의 지원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산업적인 확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단 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고, 지원금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A구단 단장은 "프로야구 발전 및 규모를 늘리는데 있어서 퓨처스리그의 산업화는 충분히 좋은 이야기"라면서도 "퓨처스리그 마케팅 등을 담당할 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할 수도 있는데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완전한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2군 자체적으로 브랜딩을 해야하는데, 이 경우 모기업의 이름이 구단명에서 빠질 수도 있다. 모기업 지원을 받는 프로야구 구조에서 구단명에 이름을 뺄 경우를 달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구단 관계자 역시 "계속 운영비를 줄여가며 1군 또한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에서 퓨처스까지 일을 늘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모기업이 허락할까요?" '퓨처스 산업화' 이상적이긴 하지만…걸림돌은 무…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형 퓨처스 산업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싹이 트고 있다. 모 구단 퓨처스 관계자에 따르면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꾸준하게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구장 문제는 울산, 포항, 청주 등 비어 있는 '제 2구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퓨처스 서머리그와 같이 원정으로 비어있는 1군 구장 활용 역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력 문제 역시 '대학생 마케터' 활용 등 다양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야구장 입점 먹거리 업체의 상시화가 어렵다면 일단 푸드 트럭 등 이동 가능한 먹거리를 현장에 투입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출발도 없다. 수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하며 옥석이 탄생한다. 해법 없는 문제 또한 아니다.

가야할 방향이 맞다면 가시덤불이라도 헤쳐 없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이자 혁신의 첫 걸음이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