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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각) 오른쪽 팔꿈치 염좌로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뒤로 그가 탄탄하게 쌓아놓은 것 같았던 AL MVP 독주 체제에 생긴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다.
롤리는 9일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0-2로 뒤진 8회말 2사 1,2루에서 역전 3점포를 터뜨리며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투볼에서 상대 우완 그리핀 잭스의 3구째 낮게 날아드는 87.5마일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중간 펜스를 크게 넘어가는 역전홈런으로 연결했다. 발사각 28도, 타구속도 108.1마일, 비거리 417피트의 시즌 43호 홈런.
롤리가 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자 T모바일파크를 가득 메운 3만9780명의 시애틀 팬들은 일제히 "M~V~P~!"를 연호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지난달 28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공식 헌액된 시애틀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의 배번인 51번의 영구결번식이 열려 롤리의 홈런은 의미가 더욱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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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는 이날 포수로 출전했기 때문에 올시즌 포수로 쏘아올린 홈런은 35개로 늘었다. 즉 1999년 텍사스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가 세운 AL 포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가 됐다. 로드리게스는 그해 AL MVP에 선정됐다. 35홈런, 113타점, 116득점, 25도루, 타율 0.332, OPS 0.914의 성적이었다. 롤리도 MVP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롤리는 경기 후 "나도 사람이다. 그 소리(MVP 챈트)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주 짜릿한 역전 홈런이었다. 결정적인 홈런이었다. 시즌이 끝난 뒤 '정말 대단한 경기였어'라고 되돌아볼 수 있는 경기"라고 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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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의 역전포를 앞세운 시애틀은 3대2로 승리하며 5연승 및 최근 8경기에서 7승1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64승53패로 AL 서부지구 선두 휴스턴(65승51패)과의 승차 1.5경기를 유지했다. AL 와일드카드에서는 3위 뉴욕 양키스(61승55패)에 2.5경기차로 앞서 있다.
시애틀이 2022년 이후 3년 만에, 2001년 이후 세 번째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면 그 일등공신은 롤리라고 봐야 한다. 이날 현재 양 리그 통합 홈런 1위, AL 타점(93) 1위, 장타율(0.586) 2위, OPS(0.941) 2위, bWAR(5.3) 3위, fWAR(6.3) 2위다.
fWAR(6.5)과 bWAR(7.0)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저지로서는 마냥 여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MVP 투표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홈런, WAR 순위가 아니라 얼마나 인상적인 플레이를 남겼느냐다. 이날 롤리의 홈런이 MVP 표심을 흔드는 결정적 징표가 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