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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의 중국집에 오면 무료 식사를 제공하겠다."
윤태호는 "내가 야구를 잘하게 되면 두산 팬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내가 추천하는 메뉴는 짬뽕이다. 짬뽕을 제일 좋아한다. 내 유니폼을 입고 오시는 팬들은 무료 식사를 제공해달라고 하겠다. 아마 어머니가 더 좋아하실 것이다. 내 쌍둥이(형)의 유니폼을 입고 오신 팬들은 꽤 있는데, 내 유니폼을 입고 오신 분은 없으니까. 만약에 오시면 어머니가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했다.
공약 기사를 확인한 윤태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연락해 "올해 한정으로 허락하겠다"고 했다.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무실점 하며 39년 만에 베어스 구단 역사를 쓴 것. 구단 역사상 윤태호 포함 단 3명 밖에 달성하지 못한 귀한 성과였다.
윤태호는 16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1-0으로 앞선 3회 구원 등판해 4이닝 55구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직구(30개)와 슬라이더(21개), 커브(4개)를 섞어 KIA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 153㎞, 평균 구속 149㎞를 기록했다. 153㎞ 개인 최고 구속 신기록이었다.
두산의 위기는 곧 윤태호에게 기회였다. 선발투수 최승용과 안방마님 양의지가 2이닝 만에 동시에 교체된 것. 최승용은 왼쪽 검지 손톱이 깨졌고, 양의지는 왼쪽 서혜부 통증을 호소해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윤태호는 갑자기 등판하게 된 상황에서 백업 포수 김기연과 호흡을 맞춰야 했는데, KIA 강타선을 4이닝 동안 꽁꽁 묶으면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베어스 역대 3호 기록. 베어스 국내 투수가 데뷔전에서 4이닝 이상 투구하며 무실점을 달성한 사례는 과거 2명뿐이었다. 장호연이 1983년 4월 2일 잠실 MBC전에서 선발로 9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박노준은 1986년 3월 29일 무등 해태전에 구원 등판해 8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윤태호는 박노준 이후 39년 만에 대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리그 전체 사례를 살펴봐도 5년 만이다. 삼성 허윤동이 2020년 5월 28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역대 21호. 윤태호는 22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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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는 "쟁쟁한 선배님들 이름 옆에 내 이름이 더해질 수 있어서 너무나도 영광이다. 앞으로도 좋은 기록들을 많이 쌓고 싶다"고 했다.
갑작스러웠던 등판과 관련해서는 "놀라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했다. 올라가서 자신 있게 내 공만 던지자는 마음이었다. 감독님께서 여유 있는 상황에 올려 주신다고 했는데, 갑자기 타이트한 상황에 올라갔다. 다행히 운이 따랐다. 마운드에서 토할 뻔했다"며 웃었다.
윤태호는 2군에서 담금질하는 시간이 길었지만, 직구 RPM(분당 회전수)이 2600까지 나와 1군 데뷔전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2600rpm는 리그 최고 수치다. 그 돌직구를 앞세워 KIA 타자들을 압도했다.
윤태호는 "KIA는 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 강점을 살려서 직구 위주로 많이 투구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입단 첫해였던 2022년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가을 교육리그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도 오른쪽 이두근을 다치는 바람에 회복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힘든 시간을 다 견딘 만큼 더 성숙해진 덕분인지 데뷔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윤태호는 "캠프에서 부상 당해서 상심이 컸는데, 재활 잘하고 (2군에서) 권명철 코치님과 많은 코치님들이 도움을 주셨다.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윤태호의 배짱 있는 투구를 칭찬하고 싶다. 포수 사인에 고개 한번 흔들지 않고 과감히 던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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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