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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장 11회 '막장 혈투' 끝 무승부 [부산 현장]

최종수정 2025-08-17 22:20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 삼성 김영웅이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동점 만루홈런을 날렸다. 타구를 바라보는 김영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혈투냐, 막장 드라마냐.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힘만 빼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치열했던 극적 승부였고, 어떻게 보면 프로 수준이라고 하기 힘든 '막장 드라마'와 같은 경기였다.

두 팀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부에도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8대8로 비겼다. 롯데는 8연패 탈출 기회를 날렸고, 삼성도 5연패 후 3연전 스윕 기회를 걷어차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롯데 감보아.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사실 선발 매치업으로는 롯데의 절대적 우위가 예상되는 경기. 롯데는 강속구 에이스 감보아가 등판하는 날인 반면, 삼성은 팔꿈치 부상을 털고 돌아왔지만 두 경기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승현이었다.

하지만 변수는 롯데가 8연패에 빠져있었다는 점. 문제는 타격이었다. 전반기 그렇게 신바람을 내던 선수들이 믿기 힘든 집단 슬럼프에 빠지며 잡을 경기들을 놓치고 연패가 길어졌다. 이럴 때는 아무리 에이스가 등판한다 해도 이기기 쉽지 않은 게 야구.

1회초부터 불안했다. 감보아는 최고구속 156km의 강속구를 더운 날씨에도 힘차게 뿌렸다. 하지만 기세를 탄 삼성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시작하자마자 1번 박승규가 9개, 2번 김성윤이 7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끈질긴 커트가 돋보였다. 삼성은 힘 빠진 감보아를 상대로 구자욱의 안타,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선취점을 만들었다. 감보아가 김영웅과 강민호를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1실점으로 막은게 다행이었지만, 1회에만 무려 28개의 투구를 했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삼성 이승현.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삼성 선발 이승현은 부진했던 지난 두 경기와 비슷했다. "아직 팔꿈치에 걱정이 있는 것 같다. 구위가 좋을 때 그 모습이 아니다"고 말한대로 직구와 변화구 구위가 매우 떨어졌다. 하지만 연패에 빠지며 마음이 조급한 롯데 타자들의 상태를 잘 이용했다. 포수 강민호의 노련한 리드가 돋보였다. 욕심 내지 않고 변화구 위주의 맞혀잡는 피칭으로 투구수까지 절약하며 아주 쉽게 롯데 타자들을 요리해나갔다. 1회와 2회 연속 3개의 내야 땅볼 포함, 5회까지 롯데 타선을 상대로 10개의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롯데 타선은 정말 무기력하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될만큼 이승현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4회초 삼성 디아즈가 롯데 감보아를 상대로 투런홈런을 날렸다. 더그아웃에서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디아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그 사이 삼성은 홈런왕 유력 후보 4번타자 디아즈가 4회초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내 기세를 올렸다. 시즌 38호포. 최근 잠시 부진하다 다시 상승세를 타는 디아즈의 모습.


롯데는 불운까지 겹쳤다. 4회 1사 후 손호영이 이날 첫 안타를 힘겹게 때려냈다. 하지만 레이예스의 잘맞은 중견수 방면 타구를 보고 베이스러닝을 하다, 김성윤이 포구를 한 걸 보고 귀루하는 과정에 미끄러져 1루에서 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김성윤의 나이스 플레이.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4회말 1사 1루. 레이예스 외야플라이 타구 때 1루로 귀루하지 못하고 포스아웃을 당한 손호영.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그래도 감보아가 1회 고전 악재를 이겨내고 6회까지 최선을 다해 3실점으로 막아줬다. 놀라운 퀄리티스타트. 롯데 타선도 6회부터 힘을 내는 듯 했다. 이날 시즌 첫 선발로 나온 9번 신윤후가 선두로 나와 기습 번트 안타로 활로를 뚫었다. 한태양이 삼진을 당했지만 고승민의 사구에 이어 손호영에 천금의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상대 디아즈의 실책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 하지만 믿었던 윤동희가 허무하게 루킹 삼진을 당하며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7회말 동점 1타점 적시타 날린 롯데 한태양.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하지만 8연패에 빠진 팀을 응원하기 위해 사직구장을 매진시킨 팬들을 위해서라도, 롯데는 포기하면 안됐다. 7회말 이승현이 내려가고 이호성이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폭발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유강남과 전민재의 연속 2루타로 1점차를 만들고, 신윤후의 희생번트에 이어 한태양이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포효했다.

막혔던 혈이 뚫리니 롯데는 무서웠다. 고승민의 안타로 이어진 찬스. 행운의 여신은 롯데를 외면하지 않았다. 손호영의 3루 땅볼 때 엄청난 사고가 터졌다. 삼성 3루수 김영웅이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았는데, 2루로 던지기 전 한 번 더듬었다. 그리고 송구. 그런데 고승민이 2루에서 살았다. 롯데 2루주자 한태양이 3루로 뛰지 않는 본헤드 플레이를 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대주자로 들어왔던 삼성 2루수 양도근이 한태양을 잡기 위해 3루에 던졌는데 이게 악송구가 되며 더그아웃쪽에 박혀버렸다. 한태양과 고승민 모두 안전 진루권이 주어져 홈인. 여기에 손호영은 3루까지 갔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7회말 1사 1, 2루. 삼성의 송구 실책으로 두 명의 주자가 득점한 롯데. 송구 실책한 양도근.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여기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고, 레이예스 고의4구와 김민성 볼넷으로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대타 노진혁이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점수차를 4점으로 벌렸다.

하지만 롯데의 기쁨도 잠시. 8회초 믿고 투입한 불펜 홍민기가 말도 안되는 공을 던지며 흔들릴 때부터 불운의 조짐이 시작됐다. 이상을 느낀 김태형 감독이 한 타자 만에 정현수를 투입했지만, 정현수도 자신감을 잃은 모습. 김 감독은 1사 만루 위기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김원중이 1~2점을 주더라도 아웃카운트를 쌓는게 연패를 끊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판단.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작성됐다. 끈질기게 커트를 하며 예열을 한 김영웅이 풀카운트 상황서 김원중의 포크볼을 걷어올려 극적인 동점 만루포로 연결시킨 것. 사직구장 1루쪽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 삼성 김영웅이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동점 만루홈런을 날렸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9회까지는 김원중이 막아줘야 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힘을 잃었다. 시작은 또 실책이었다. 3루수 이호준이 1사 후 박승규를 살려준게 화근이 됐다. 김성윤의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2루타가 됐다. 1사 2, 3루. 타석에는 구자욱. 볼카운트가 몰리자 자동 고의4구. 타자가 디아즈라고 해도, 만루를 채워 병살을 노리자는 작전이었다. 김원중을 바꿀 수도 없었다. 9회까지는 무조건 김원중이었다. 다른 투수가 느낄 부담감은 너무 컸다. 하지만 투구수 40개가 가까워진 김원중은 카운트 싸움에서 몰리고, 결국 디아즈에게 역전 결승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어진 만루 위기서 김영웅을 삼진, 양도근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 9회말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든 것.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 삼성 김영웅이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동점 만루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한 김원중.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그 염원이 이어졌나. 삼성이 마무리 김재윤의 휴식으로 김태훈 2이닝을 밀고갔는데, 1사 후 대주자로 출전한 4번타자 황성빈이 정말 믿기 힘든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며 경기를 다시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렇게 들어간 연장 승부. 롯데가 10회말 바뀐 투수 이승현(우완)의 난조로 1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끝내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김영웅 기적의 동점 만루포, 황성빈 미친 9회 동점포...삼성-롯데, 연…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9회말 동점 홈런을 날린 롯데 황성빈.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삼성도 11회초 1사 후 정보근의 블로킹 미스로 인한 스트라이크 낫아웃 행운의 찬스를 잡았지만 디아즈와 김영웅이 윤성빈의 속구에 맥을 못추며 승리 기회를 날렸다.

롯데는 마지막 공격 끝내기 승을 노렸다. 영웅이 될 수 있었던 황성빈이 1사 후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도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1사 1, 2루 대타 박찬형의 유격수 직선타구 때 너무 무리하게 3루쪽으로 뛰었다. 횡사. 더블아웃. 그렇게 양팀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나고 말았다. 너무 의욕이 앞섰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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