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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붙어", 멀쩡하던 투수가 최악 '볼질 난사'...긴 연패 압박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기사입력 2025-08-18 19:07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붙어", 멀쩡하던 투수가 최악 '볼질 난사'...…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8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홍민기가 기뻐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7.25/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하루 전까지 멀쩡하게 공을 던지던 투수였는데...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8연패를 끊지 못했다. 아니, 9연패에 빠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했을까. 연장 11회까지 승부를 벌였지만 8대8 무승부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정말 언제, 어디로 튈지 예측조차 불가능했던 경기. 양팀의 '막장 승부'에 대해 할 얘기가 정말 많지만 가장 중요한 승부처 중 하나가 8회초였다.

연패 기간 그렇게 안 터지던 롯데 방망이가 7회말 터졌고, 거기에 상대 양도근의 수비 실책까지 더해져 대거 6득점 빅이닝이 나왔다.

7-3 역전. 어떻게든 이 점수를 지켜 연패를 끊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는 8회초 1사 만루 위기서 조기 등판한 마무리 김원중이 상대 김영웅에 통한의 동점 만루포를 허용하며 경기가 꼬였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붙어", 멀쩡하던 투수가 최악 '볼질 난사'...…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1사 만루. 삼성 김영웅이 롯데 김원중을 상대로 동점 만루홈런을 날렸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김원중이 조기 투입되기까지 과정을 보자. 롯데는 8회초 시작에 최근 가장 믿을만한 필승조로 성장한 좌완 홍민기를 내세웠다. 불과 하루 전, 같은 팀을 상대로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던 선수.

연습 투구부터 뭔가 불안했다. 공이 마구 날렸다. 긴장했나 싶었다. 그래도 4점의 여유가 있으니 씩씩하게 던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선두 박승규 상대 스트레이트 볼넷. 투수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일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투구 분포가 충격적이었다. 프로 선수가 던진 거라고 믿기 힘든 수준의 난사가 4개 연속 나왔다. 그것도 다 직구였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면, 긴장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됐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붙어", 멀쩡하던 투수가 최악 '볼질 난사'...…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직접 마운드 나선 롯데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이상함을 감지한 롯데 벤치는 곧바로 정현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정현수도 김성윤을 처리한 후 강타자 구자욱이 나오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2B2S에서 몸쪽 승부구 2개를 구자욱이 연속으로 커트해내자 당황했는지 연속으로 볼 2개를 뿌리며 볼넷.


산 넘어 산. 타석에는 홈런왕 유력 후보 디아즈. 초구 볼이 들어가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중계 화면에 잡힌 김 감독의 입모양을 보면 메시지는 명확했다. "붙어"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붙어", 멀쩡하던 투수가 최악 '볼질 난사'...…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8회초 직접 마운드 나선 롯데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7/
그래도 정현수는 다음 공 커브를 가운데 낮게 넣었다. 문제는 디아즈가 이 공을 받아쳐버렸다는 것 뿐. 정현수가 잘했다고 해야하나, 못했다고 해야하나 판가름이 안 서는 상황. 김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김원중 조기 투입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루홈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홍민기, 정현수가 올시즌 잘해주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 8연패에 빠진 팀 사정을 모를리 없고,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자신도 모르게 느껴지는 압박감에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이게 긴 연패에 빠졌을 때 왜 선수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연패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끊어내는 건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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