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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끝 없는 제자리걸음.
4위 SSG 랜더스에 0.5게임 차 5위. 4위를 넘어 연패중인 3위 롯데와의 승차도 2게임에 불과했다. 위를 보고 본격적으로 달리려던 차.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9위 두산에 3연전을 모두 다 내주고 말았다. 믿었던 불펜이 와르르 무너졌다. 마지막 17일에는 에이스 네일을 내고도 역전패 했다. 뼈 아픈 3연패. 이제는 KT, NC와 함께 3팀이 공동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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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SSG도 둘쑥날쑥 하다. 최근 10경기 5승5패다. 지난 주중 KIA전까지 5연패로 5위 경쟁이 물 건너가나 했던 삼성은 원정에서 롯데를 만나 2승1무로 기사회생 했다.
결과 예측이 힘든 상황은 재미 있다. 얼핏 보면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를 눈 앞에 둔 시점. 하지만 경기 질은 관중의 환호를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1군급 경기 내용이 아니다.
라인업을 베스트로 만들 선수가 부족한 탓이다.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고졸 유망주들까지 당장 즉시 전력에 포함시켜야 할 정도다.
경기 수에 비해 선수층이 턱 없이 얇은데 그나마 툭하면 다친다. 고교 때부터 웨이트 편식과 무한 스피드 시대에 기초 없이 속도전으로 기량을 끌어올리다보니 햄스트링, 팔꿈치 부상 등이 시즌 내내 끊임 없이 이어진다.
재난적 상황이다. 현장은 죽을 맛이다. 최적의 팀 구성을 위한 정예 멤버가 없으니 저질 경기가 속출한다. 토종 3명 선발진 조차 온전하게 꾸리기 힘든 선수 수급 상황.
불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망주 루키는 물론 은퇴한 베테랑 까지 다시 유니폼을 입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난 심화는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폭염도 한 몫 한다. 기량도 부족한데 체력저하까지 이중고다. 돔 구장 없이는 더 이상 정상 시즌을 꾸릴 수 없을 정도다.
퓨처스리그 유망주를 올려 쓰라고 하지만 언감생심.
2군에서 난다긴다 하는 선수도 순위 싸움이 한창인 1군 전쟁터에서 즉시 투입할 전투인력이 되기 힘들다. 투수는 제구가 안되고, 타자는 변화구 대처가 안된다. 여유 있는 상황에 '경험치'를 쌓게 하며 장기적 성장을 유도해야 하는데 제법 큰 점수 차도 언제 뒤집어질 지 모르니 그럴 여유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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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여전히 "게임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 하지만 프로야구 산업화 시대에 경기 수 축소는 이미 더 이상 해법이 아니다. 터무니 없는 선수 부족 속에 프로야구 인기가 치솟으니 FA 몸값만 천정부지로 오른다.
시장에 '게임 체인저'는 사라진지 오래. 긴가민가 한 어정쩡한 실력의 FA들도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돈 주고 데려간다. 그나마 "없는 것 보다 낫다"는 판단 하에 경쟁이 붙으면 몸값이 더 치솟는다.
타협 계약의 결과는 참담하다. 몸값에 비해 반쪽 활약 FA가 수두룩 하다.
이미 각 팀에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감이 사라진 FA 계약자들도 제법 많다. 샐러리캡만 채워 구단의 차기 행보에 발목을 잡는 마이너스 선수들도 숨어있다.
FA 시장에서 실력에 비해 말도 안되는 금액이 오간 결과는 고스란히 현장 가뭄으로 이어진다. 이름값은 화려한데 정작 쓸 선수가 없다. 말 그대로 '풍요 속 빈곤'이다.
그 허무한 결말의 끝에 팬들의 분노가 속출한다. MZ들의 명소가 된 야구장에서의 환호는 별개의 문제. 경기 자체에 몰두하는 팬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 이긴 경기가 뒤집어지면 속도 뒤집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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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론적 복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야구라 더욱 그렇다. '실패한 선택'의 결과는 '무능과 고집'이란 비난의 도마에 오른다. 감독 성(姓)을 어느덧 '돌'이 대체한 지 오래다.
선수 가뭄 속 귀하디 귀해진 특급 선수, 어린 유망주 기용법을 놓고 사령탑과 시각 차를 보이면 비난은 극에 달한다. 행동파 팬들은 비난과 항의를 실은 트럭을 보낸다. 때론 현재 성적과도 큰 관계가 없다.
현장 감독은 요리사이자 지휘자다. 재료가 싱싱해야, 단원의 실력이 출중해야, 충분한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다.
부족한 재료와 부족한 실력의 선수들로 깔끔하고 프로다운 경기를 하는 건 불가능 하다. 불완전 전력끼리 온갖 수를 다 짜낸 총력전이 남긴 결과는 졸전과 제자리 걸음 뿐이다.
파이에 비해 한계에 봉착한 선수수급 상황. 근원적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