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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밀워키 브루어스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에 패한 뒤 리더인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원정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에 "이제 모두 잊고 내일부터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14연승이 끊겼으니 힘이 빠질 수도 있는 후배들에게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선발 프레디 페랄타가 6이닝을 1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5승에 도달했고, 타선에서는 1번 브라이스 투랑과 2번 케일럽 더빈이 나란히 홈런 한 방씩 터뜨리며 4타점 2득점을 합작해 공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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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를 이끈 투랑은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으로 올해가 메이저리그 4년차다. 작년 2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올해는 타율 0.280, 13홈런, 60타점, 74득점, 21도루, OPS 0.763으로 공격력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더빈은 작년 12월 뉴욕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밀워키로 이적해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타율 0.255, 7홈런, 42타점, 46득점, OPS 0.712를 마크하며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밀워키는 이처럼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들과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을 다져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로스터 26명 가운데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지난 겨울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를 양키스를 보낸 것에서 알 수 있듯 몸집이 커진 선수는 내보내고 자질은 있는데 실력 발휘를 못하던 선수를 받는 방식으로 팀을 키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리빌딩 자체가 팀 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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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는 대표적인 스몰마킷 구단이다. 올해 개막일 페이롤은 1억1500만달러로 전체 23위였다. 3억달러가 넘는 뉴욕 메츠와 LA 다저스의 3분의1 수준이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머피 감독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평범한 선수들이 열심히 할 뿐(Average Joes play hard)"이라며 팀이 1위를 달리는 공을 선수들 전체에 돌렸다.
만약 밀워키가 최고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면 시즌 MVP도 밀워키 선수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NL MVP 표심은 올해도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 투수로 복귀해 투타 겸업을 재개한데다 방망이는 8월 들어서도 뜨겁다. 이날 현재 양 리그를 합쳐 득점 1위, NL 홈런-장타율-OPS 1위다. 선발투수로 이닝을 늘려가고 있으니 몇 승이라도 올린다면 올해도 MVP는 그의 차지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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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저지가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때리며 오타니를 누르고 AL MVP가 됐다.
디비전시리즈가 도입된 1995년 이후 MVP 60명 중 홈런, 타점, 타율, 득점, OPS 5개 중 적어도 한 개의 타이틀 투수의 경우 사이영상 수상 투타에 걸쳐 역사상 첫 대기록을 세우거나 WAR 리그 1위 등에서 하나도 해당하지 않은 선수는 10명 뿐이다. 2014년 이후에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 이전에는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의 표심에 숫자로 매길 수 없는 리더십, 허슬 플레이도 작용했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앤드류 맥커친, 2006년 미네소타 트윈스 저스틴 모어노, 2000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프 켄트, 199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켄 캐미니티, 1995년 신시내티 배리 라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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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는 요즘 보기 드문 방식으로 전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다저스나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토론토와는 '결'이 다른 강팀이다. 평범한 선수들의 비범한 경기력의 집합체로서의 강팀인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