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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 정도 레벨의 활약이라면 인정이다.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다. KBO리그를 주름잡았던 '바람의 손자'가 확실히 부활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날 이정후를 타순의 가장 앞으로 끌어올린 뒤 엘리엇 라모스(좌익수)-라파엘 데버스(지명타자)-케이시 슈미트(3루수)-도미닉 스미스(1루수)-크리스티안 코스(유격수)-패트릭 베일리(포수)-드류 길버트(우익수)-타일러 피츠제럴드(2루수) 순서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정후는 8월 들어 꾸준히 안타를 치고 있다. 때로는 정타를 치지 못한 경우에도 운이 따르는 안타가 자주 나왔다. 이 또한 선수의 복이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은 MLB에서도 공평히 적용된다. 이정후는 전날까지 7경기 연속 안타를 쳤고, 8월 타율은 0.333(60타수 20안타)를 찍고 있었다. 1번으로 나설만한 페이스다.
이정후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샌디에이고 우완 선발투수 닉 피베타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시속 94.6마일)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전날 샌디에이고 전에서 네 번의 타석 동안 좀처럼 정타를 치지 못했던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제대로 빠른 공을 노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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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정후는 3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5회초 1사에서 맞이한 피베타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는 2루타를 날렸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93.9마일(약 151㎞)짜리 포심이 한가운데로 쏠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이번에는 타구속도가 102.7마일까지 나왔다. 1회 홈런 때보다 더 정확히 맞혀 큰 힘을 실었다는 뜻이다.
다만 발사각도가 12도로 약간 낮게 형성되면서 홈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회 선두타자 홈런때는 101.8마일 탈출속도 타구가 27도 궤도를 그리며 400피트를 날았다. 5회 때도 타구 각도가 약 15도 정도 높았다면 홈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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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정후는 1-5로 뒤진 7회초 2사 1루때 타석에 나와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날 최종 기록은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다. 시즌 타율은 0.262(451타수 118안타)로 약간 올랐고, 7홈런, 47타점, 61득점, 10도루, 출루율 0.325, 장타율 0.417, OPS 0.742를 마크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의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팀 타선이 무기력했다. 산발 4안타에 그치며 이정후의 홈런 외에는 득점하지 못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친 4개의 안타 중 2개가 이정후에게 비롯됐다. 샌프란시스코가 가을잔치에 가지 못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