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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그분이 오셨다."
홍민기의 갑작스런 2군행이 궁금했다. 2020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왼손 유망주인 홍민기는 제구 불안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다가 올시즌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25경기서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 중. 제구가 불안했으나 1군에서 32이닝 동안 11개의 볼넷에 39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안정감을 보였다.
확실한 왼손 불펜이 없어서 고민이었던 롯데에게 최고 155㎞를 뿌리는 왼손 투수가 불펜에서 활약을 해주면서 롯데에겐 상대의 강한 왼손 타자를 맡길 카드가 생겼다.
아니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갑자기 그분이 오셨다"라고 했다. 제구가 갑자기 잡히지 않는다는 것.
홍민기는 17일 삼성전서 7-3으로 앞선 8회초에 등판해 선두 박승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곧바로 또다른 왼손 투수 정현수로 교체됐다. 이후 김원중이 만루 홈런을 맞아 7-7 동점이 되며 롯데의 연패 탈출이 무산됐다.
그리고 19일 잠실 LG전에서도 0-3으로 뒤진 7회말 2사후 마운드에 올라 왼손 신민재와 승부에서 2구째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곤 곧바로 김강현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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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지금 심리적으로 갑자기 그런다, 좀 안정을 취해야 될 거 같다. 삼성전 첫 타자도 그러더니, 어제 불펜에서도 공이, 마운드 올라가서도 저쪽에다 집어던지고 하더라"며 홍민기의 제구가 갑자기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포수로서 많은 투수의 공을 받았고, 코치와 감독 경험도 풍부한 김 감독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제구 난조는)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거다. 2군에서 좋아졌고, 1군에 와서 잡았다 했는데 갑자기 다시 나빠졌다. 일단 2군에서 계속 던져보고…"라더니 "한번 이렇게 되면 1군에 다시 올라왔을 때 전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며 제구가 안좋던 투수가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졌을 때 빠른 시일 내에 제구를 되찾는게 쉽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보고를 받아보고 9월 확대 엔트리 때 필요할 때 올릴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날도 패하며 10연패(1무 포함)에 빠지며 58승4무55패로 이날 KT에 승리한 SSG(56승4무53패)에 승률에서 뒤쳐 승차 없는 4위로 내려왔다.
왼손 불펜은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필요한 자원이다. 특히 150㎞를 넘게 뿌리는 강속구 왼손 불펜은 흔하지 않아 더욱 희소가치가 높다.
홍민기가 갑자기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고 1군에서 다시 강속구를 뿌릴 수 있을까. 본인과 롯데를 위해 꼭 필요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