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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민 [SC포커스]

최종수정 2025-08-21 14:31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경기. 타격하는 롯데 고승민.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6.28/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
1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1회 삼진을 당하고 물러나는 롯데 고승민.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13/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3회말 2사 1,2루 롯데 고승민이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01/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필요할 때 멀티 포지션을 뛰어주는 선수가 있다면, 팀 입장에선 무척 고마운 일이다. 심지어 그 포지션에서의 수비도 무난 이상으로 해낸다.

타격감이 흔들리는 게 첫번째 문제, 다른 타자들이 이를 뒷받침해줄 상황이 못되는 것이 두번째 문제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5)이야기다. 주 포지션은 2루수지만, 올해는 1루수로도 적지 않은 시간을 소화했다. 좌익수와 우익수로도 간혹 출전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고육지책이다. 시즌초에는 2루로만 나섰다. 나승엽-고승민-전민재(박승욱)-손호영이 당초 준비된 내야 구도였다.

시즌초 홈런 타자의 면모를 보여주던 나승엽이 5월 이후 끝을 알수 없는 부진에 빠졌다. 나승엽이 2군을 오가는 와중에 한태양, 박찬형 등의 신예 내야수들이 떠올랐다.

시즌 초에는 부상자가 많아 큰 문제가 없었다. 신예들을 유격수나 3루로 투입하면 됐다.

그런데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나승엽은 여전히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니 고민이 생겼다. 1루 커버가 가능한 선수로는 정훈과 김민성이 있지만 1루를 보기엔 타격에 아쉬움이 있다. 1루를 본 적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1루 훈련을 시키자니 바짝 올라온 타격감이 아쉽다.

반면 고승민은 2루수로 시작, 외야로 나갔다가 다시 1루를 거쳐 김태형 감독의 부임과 함께 다시 2루로 돌아온 선수다.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
2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고승민이 타격을 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5.24/

1루 수비는 오히려 나승엽보다 낫다는 말도 나온다. 준수한 스피드와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어 코너 외야 역시 기본 이상으로 해낸다.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은 가능하면 2루에 그대로 두고 싶다"며 거듭 고민했다. 하지만 잘 치는 선수 한명이 아쉬운 상황이고, 포지션 이동 경험도 풍부한 고승민의 경험을 믿었다. 무엇보다 고승민은 올시즌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가져가고 있다.

결국 6월부터 고승민은 사실상 1루로 포지션을 이동한 모양새가 됐다. 6월 한달간 2할6푼2리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적응과정을 거친 7월에는 다시 3할3푼3리로 타율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나승엽이 복귀하면서 다시 외야 '알바'를 뛰는 상황이 됐다. 7월말 우익수로 한차례 선발 출전했고, 지난 15일 삼성전에서는 좌익수, 20일 LG전에는 다시 우익수로 각각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타격감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고승민은 8월 타율 1할9푼7리로 부진하다. 전준우가 부상으로 이탈하고, 윤동희 레이예스 등도 부진한데, 꾸준했던 고승민마저 완전히 바닥을 찍어버리니 타선에 칠 선수가 없다. 그나마 부진한 와중에도 간간히 날카로운 타구는 보여주는 선수는 고승민 뿐이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8월 들어 팀 타율 2할6리, 팀 OPS(출루율+장타율) 0.566으로 리그 최악의 타격 팀으로 변모했다. 그렇게 깎아먹었는데도 여전히 팀 타율 2위일 만큼 쌓아놓은 게 많았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되고, 박세웅이 생애 최악의 시즌을 오가는 올해 롯데가 꾸준히 3위 자리를 지킨 건 막강한 타선과 든든한 뒷문 덕분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고육지책인데…'멀티 포지션'이 타격감 해친다. 고승민의 고…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롯데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 고승민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08/
김태형 감독은 "한태양이 왠만큼 해주고 있지만, 나승엽이 잘했어야 하는게 맞다. 그럼 한태양이 1군에 올라오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태양이 나승엽 대신 들어오면서 고승민이 1루로 간 모양새인데, 타선이 강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연패는 3~4연패 정도에서 어떻게든 끊어야하는데 너무 길게 간다"며 거듭 한숨을 쉬던 김태형 감독. 어느덧 2003년 이후 22년만의 10연패라는 악몽을 마주한 상황이다. 롯데에게 돌파구는 있을까.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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