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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LG 트윈스의 우승 승부수가 제대로 터졌다.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LG의 선두 질주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실투 하나가 KBO리그 데뷔 첫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2회까지 톨허스트는 데뷔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는데, 3회말 2사 후 패트릭 위즈덤에게 좌월 솔로포를 허용해 실점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시속 152㎞짜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들어간 것을 위즈덤이 놓치지 않았다. 비거리가 130m에 이를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다.
톨허스트가 실점 후 와르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매우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5회말 선두타자 김호령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 김규성의 유격수 땅볼로 1사 3루가 됐고, 박찬호가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홈에서 3루주자 김호령을 아웃시키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다. 2사 1루에서 박찬호가 2루 도루에 성공하자 껄끄러운 위즈덤을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나성범과 승부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톨허스트가 위기 관리 능력을 뽐내며 추가 실점 없이 버틴 덕분에 LG는 역전승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뒤 "톨허스트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면서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해 줬다"고 칭찬했다.
톨허스트는 "매 경기 뒤에서 수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오늘(24일) 경기에서도 주자가 쌓이고 위기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뒤에 있는 팀 수비를 믿고 땅볼이나 뜬공으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으려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매 경기 무실점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최소 실점으로 막으려 한 것이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팬분들께 정말 많은 응원을 받고 있어 많이 감사하고, 끝까지 우리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많은 응원 부탁 드린다"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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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허스트는 단 3경기 만에 이미 37만 달러 가치를 해냈다. 3승, 18이닝, 19탈삼진, 평균자책점 0.50, WHIP(이닝당 출루 허용수) 0.94 등 모든 수치가 빼어나다. 경기 수가 더 많아지고, 상대 팀이 분석하기 시작하면 성적이 달라질지 몰라도 현재 다른 구단 관계자들은 "LG가 외국인 투수 복권을 제대로 긁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염 감독은 우승 승부수를 제대로 쓰기 위해 톨허스트의 이닝과 투구 수를 제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5이닝만 투구한 것도 염 감독이 제한했기 때문이다.
1999년생인 톨허스트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23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고, 2022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마이너리그 4시즌 성적은 92경기(선발 21경기), 15승10패, 193⅓이닝, 평균자책점 4.38이다.
톨허스트는 지난해는 마이너리그에서 불펜으로 44경기를 뛰었고, 올해 선발로 전향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트리플A와 더블A를 통틀어 18경기(선발 16경기)에 등판해 81⅓이닝을 던졌다. 2024년 개인 한 시즌 최다인 59⅔이닝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톨허스트가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던진 이닝을 더하면 99⅓이닝이다. 투수가 아무리 빌드업을 잘했다고 해도 100이닝 이상 던지는 첫해에는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염 감독이 '관리'를 선언한 배경이다.
염 감독은 "이미 개인 최고 이닝을 던져서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100구는 안 넘기게 하려고 한다. 9월에는 공간(휴식일)이 있어서 9월에는 5일 로테이션을 돌리고, 쉴 수 있으면 하루라도 더 쉬게 하면서 맞춰서 가려고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톨허스트는 단 3경기 만에 LG가 애지중지 관리하는 주축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대로면 LG는 당연히 재계약을 추진할 텐데, 내년 몸값이 벌써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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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