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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신인상은 따놓은 당상, 시즌 MVP까지 넘보던 괴물의 기세는 어디로 간 걸까.
말 그대로 올한해 최고의 신데렐라, KT 역사상 첫손 꼽힐만한 히트상품이었다. 신인상은 당연하고, 시즌 MVP까지 넘볼만 했다.
하지만 무더위에 버티지 못한 걸까. 9월을 바라보는 지금 8월 한달간 안현민의 홈런은 0이다.
여전히 시즌 타율(3할3푼9리) 출루율(4할4푼5리) OPS(1.016)는 1위를 질주중이지만, 타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하락세도 가파르다. 타율은 두산 베어스 양의지, OPS는 삼성 라이온즈 디아즈의 추격이 거세다.
안현민은 팀동료 박영현을 비롯해 김도영(KIA 타이거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이재현 김영웅(삼성 라이온즈)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등이 쏟아져 나온 2022년 황금 드래프트 출신이다. 당시 2차 4라운드에 KT 유니폼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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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만 해도 빠른 발과 영리한 주루가 돋보이는 '포수'였다. 고3 시절 동갑내기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이기고 고교 도루왕을 차지했을 정도.
프로 입단 후 수비의 아쉬움과 강한 어깨를 살리기 위한 방책으로 외야로 자리를 옮겼다가 군에 입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KT가 장기적으로 키우는 유망주 중 한명에 불과했다.
군복무 과정에서 막강한 근육질로 돌변하면서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했다. 컨택과 좋은 어깨, 괜찮은 선구안과 주력까지 지녔던 '툴가이' 외야수에 엄청난 파워가 더해지면서 괴물이 탄생했던 것.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는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종아리 근육에 피로가 쌓이면서 부상으로 이탈하는 경험도 겪었다.
타격의 상승세가 꺾이다보니 수비에서의 약점도 도드라지는 모양새. 26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요즘 안현민 수비하는 거 보면 불안불안하다. 언제 사고칠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우익수로 나선 안현민은 5회말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4점째 쐐기점을 내줬다. 2-4에서 막판 추격전에 나선 KT가 1점을 따라붙었음을 감안하면, 한층 속쓰린 1점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안현민의 몸상태에 대해 "중량이 워낙 많이 나가는 스타일이다보니 관리하면서 뛴다는게 쉽지 않다. 특히 인조잔디에서 뛰면 피로가 확 올라온다고 하더라"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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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선 한층 더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선발 고영표가 1회말에만 안타 3개를 허용하고도 실점하지 않은 건 괴물같은 3루 송구로 롯데 장두성의 3루 진루를 저지한 안현민의 저격이 큰 힘이 됐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안현민의 수비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충분히 잘하고 있다. 부진하다 하지만 지금도 기록이 나쁘지 않다. 이럴 때 잘 버텨내는 게 또 중요한 배움의 기회다. 하루하루가 다 플러스이니, 지금을 즐기기 바란다"는 조언도 건넸다.
로하스 대신 데려온 스티븐슨도 특별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다행히 강백호가 8월 한달간 버닝하며 안현민의 아쉬움을 채우고 있다.
괴물의 부활은 이뤄질 수 있을까. 결국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안현민의 괴물 같은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