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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진짜 미친 몇 시간이었다."
계약 과정 자체가 매우 극적이었다. 페디는 지난 25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방출됐다. 방출이 충격적이지 않을 정도로 올 시즌 성적 자체가 나빴다. 올해 KBO리그를 완전히 장악한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가 다음 시즌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가운데 페디가 폰세의 빈자리를 채우며 다시 KBO 최고 에이스 타이틀을 차지하는 그림도 그려졌다.
밀워키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28일 오후 6시 40분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를 치렀는데, 페디는 이날 오후 3시까지 밀워키가 본인과 계약 의사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후문이다.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끝날 것 같았던 절망적인 시간은 3일이면 충분했다.
페디는 밀워키가 1-0으로 앞선 3회초 2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롱릴리프 임무를 맡았다. 4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해 비록 시즌 13패(4승)째를 떠안았지만, 계약부터 등판까지 과정이 워낙 정신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다. 밀워키는 2대3으로 졌다.
MLB.com은 '페디는 올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애틀랜타에서 뛰면서 26경기(선발 24경기), 129⅓이닝, 평균자책점 5.71을 기록했다. 그가 애틀랜타 소속이었던 지난 23일 뉴욕 메츠전에 등판했을 때는 4⅓이닝 동안 93구를 던지면서 11피안타, 2볼넷, 6실점을 기록했다. 밀워키 데뷔전은 훨씬 나았다. 6회초 블레이저 알렉산더에게 허용한 역전 투런포가 유일하게 데미지를 입은 타구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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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디는 2023년 NC 다이노스와 계약하고 한국에 올 때부터 떠들썩했던 선수다. 워싱턴 내셔널스 최고 유망주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페디는 그해 30경기,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1위에 올라 외국인 투수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기도 했다.
페디는 한국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약 208억원) 계약에 성공하면서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다.
페디는 화이트삭스에서 첫해 21경기, 7승4패, 121⅔이닝, 평균자책점 3.11로 활약했으나 화이트삭스가 일찍이 가을야구에서 멀어지면서 트레이드 대상이 됐고, 플레이오프를 노렸던 세인트루이스가 페디를 품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10경기, 2승5패, 55⅔이닝, 평균자책점 3.72로 부진했고 세인트루이스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도 세인트루이스에서 페디는 20경기, 3승10패, 101⅔이닝, 평균자책점 5.22로 부진했고,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됐으나 5경시 1승2패, 23⅓이닝, 평균자책점 8.10에 그치면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메이저리그 1위팀에게 오퍼를 받은 페디는 어떻게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페디는 "나는 모든 것에 열려있고, 가능한 쓸모 있는 선수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분명 이 팀은 야구를 정말 잘하는 팀이고, 그 팀의 일원이 돼서 행복하다"며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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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