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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별한 사명감, 되살아난 구위→되살아난 가을 희망

기사입력 2025-09-08 10:47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7일 한화전에서 6년 연속 10세이브와 통산 190세이브를 동시 달성한 뒤 인터뷰 하는 김재윤.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김재윤은 8월부터 마무리 자리로 돌아왔다.

청년 마무리 이호성이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자리를 자연스럽게 원래 주인이 되찾아 왔다.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그는 날씨가 더워진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7월 5경기 평균자책점 2.25로 안정을 찾은 뒤 8월 14경기 1.26, 9월 2경기 0.00으로 순항중이다. 마무리 복귀 후 5세이브를 추가했다.

7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8회 2사 2루에 등판, 4아웃 세이브에 성공하며 KBO 통산 6번째 6년 연속 10세이브를 달성했다. 개인 통산 8번째 190세이브째. 10세이브만 추가하면 통산 6번째로 대망의 200세이브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전반과 후반이 극과극이다. 부침을 겪었던 전반기 37경기에서 김재윤은 6.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마무리 보직도 이호성에게 내줘야 했다.

하지만 후반기 김재윤은 다른 사람이다. 19경기 0.92의 평균자책점으로 극강의 모습. 5세이브를 추가한 최근 10경기는 10⅔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0.84, 피안타율도 0.158에 불과하다.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 삼성 김재윤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07/
김재윤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8위까지 추락했던 삼성도 힘을 내 4위까지 반등할 수 있었다. 꺼져가던 가을야구 희망을 되살린 으뜸 주역 중 하나.

무엇이 달라졌을까. 비결은 구위 회복이다. 140㎞ 초중반에 머물던 구속이 140㎞ 후반까지 올라오면서 변화구 효율이 높아졌다. 구위에 자신이 생기면서 억지로 세게 던지려고 하지 않으니 제구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김재윤은 190세이브 달성 후 인터뷰에서 "하던 운동을 계속 꾸준히 하다 보니까 날이 더워지면서 몸이 좀 더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역대급 길고 살인적인 무더위. 김재윤에게는 도움이 됐다. "체력이 떨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팔이 잘 풀려서 더운 날씨가 저한테는 좀 더 맞는 것 같더라"고 분석했다.

겸손하게 말하는 것일 뿐 전반기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사실은 초반에 너무 힘들었어요. 팬들 앞에 시합 나가서 던지는 것도 사실 뭔가 죄송한 마음도 있었고 계속 점수 주고 하니까 팬들의 실망감도 크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좀 빨리 살아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게 좀처럼 잘 안 돼서 속도 많이 상했었고요."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 삼성이 4대3으로 승리했다.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막아내며 경기를 끝낸 김재윤-강민호 배터리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07/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경기, 삼성이 4대3으로 승리했다. 9회초 2사 만루 위기를 막아내며 경기를 끝낸 김재윤-강민호 배터리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9.07/
전형적인 슬로우스타터. 던질수록 더 강해지는 마당쇠 스타일이다.

김재윤과 호흡을 맞추는 포수 강민호는 "재윤이 공이 좋아졌다"고 극찬하며 "작년에도 후반기 때 공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장난 삼아 '이제 너는 시즌 끝나면 쉬지 말고 윈터리그를 가라'고 했어요. '너는 공을 놓으면 안된다. 3연투도 하고, 멀티도 던지면서 공을 좀 많이 던져야 공이 더 좋아지는 스타일'이라고 했어요. KT 때부터 봐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분석했다. 후반기를 넘어 가을야구 활약까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시작 전 오승환 은퇴 투어 행사가 진행됐다. 삼성 김태훈, 김재윤이 오승환을 바라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8/

"영원한 선배님, 밝게 웃으며 은퇴하실 수 있도록…" 돌아온 마당쇠의 특…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시작 전 오승환 은퇴 투어 행사가 진행됐다. 오승환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28/
돌아온 마무리 김재윤과 함께 반등하며 희망을 찾은 삼성 라이온즈.

김재윤의 마무리 복귀와 맹활약은 오승환의 은퇴 선언(8월6일) 시점과 묘하게 맞물린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됐을까.

"마지막 은퇴 하시는 시즌이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해야 된다는 사명 같은 느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어요. 마지막에 좀 더 밝게 웃으면서 은퇴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기, 따뜻한 밥 한끼 사주면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던 영원한 '선배님'. 김재윤은 '우상' 오승환을 여전히 '형'이 아닌 '선배님'으로 부른다. 존경과 경의가 담긴 호칭.

그라운드와의 이별을 앞둔 '선배님'을 위해 오늘도 마운드에 선다. 단단한 승리지킴으로 잊을 수 없는 2025년의 가을야구를 선사할 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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