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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커리어를 마무리할 나이지만, 여전히 경기를 마무리하러 나와 불같은 강속구로 상대로 제압한다. 웬만한 20대 영건들보다 공이 빠르고 힘이 넘친다.
1이닝인데 어떻게 탈삼진 4개를 올리느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 상황이 발생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스턴은 4-4로 맞선 9회초 2사 1,2루서 닉 소가드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주자 2명으로 모두 불러들여 6-4의 리드를 잡은 뒤 카를로스 나바에즈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보태 3점차로 벌렸다.
블레이즈 알렉산더를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가운데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84.5마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채프먼은 대타 일데마로 바르가스를 1B2S에서 6구째 91.7마일 스플리터를 낮게 떨궈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폭투가 되면서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 진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채프먼은 타일러 로크리어를 86.1마일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붙여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조던 롤러를 풀카운트에서 6구째 바깥쪽으로 빠지는 97.4마일 싱커로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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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은 23개의 공을 던졌다. 싱커 9개, 슬라이더 8개, 스플리터 3개, 직구 3개를 각각 구사했는데, 싱커 구속이 최고 99.6마일, 평균 97.4마일로 시즌 평균보다 2.1마일이 느렸다. 100마일 이상의 공은 없었지만, 타이밍을 빼앗는 볼배합과 낮게 깔리는 코너워크로 애틀랜타 우타자 4명을 전부 삼진으로 솎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채프먼의 '1이닝 4탈삼진'은 자신의 첫 번째이자 역사상 101번째 기록이다. 올시즌에는 지난 6월 2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스티븐 마츠에 이어 두 번째다.
1이닝 4탈삼진은 2000년 이후에만 전체의 63.4%인 64차례 달성됐다. 21세기 들어 메이저리그는 맞혀잡기보다 삼진으로 잡아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에 1이닝 4탈삼진 발생 빈도도 많아졌다고 보면 된다. 팀당 9이닝 평균 탈삼진은 1980년 4.8개, 1990년 5.7개, 2000년 6.5개, 2010년 7.1개, 2020년 9.1개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잭 그레이키는 이 기록을 생애 두 번째로 달성한 2014년 MLB.com 인터뷰에서 "오늘 그 기록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난 여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지 못했고, 빅이닝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그레인키와 같은 심정으로 던진 뒤 기록 달성을 알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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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채프먼은 WHIP(0.64), 피안타율(0.113) 모두 5세이브 이상 올린 21명 중 1위다. 55이닝 동안 81개의 삼진을 잡은 반면 볼넷은 14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세이브 전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압도적인 투수가 채프먼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 겨울 1년 1075만달러에 보스턴과 1년 계약을 했다. 올시즌 후 FA 시장에서 또 각광받을 공산이 커졌다. 채프먼은 올시즌에도 직구 평균 구속 98.4마일, 싱커 평균 구속 99.5마일의 강속구를 뿌린다. 불펜이 불안한 LA 다저스가 욕심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채프먼은 2022년 시즌 후 매년 FA 시장에 나갔음에도 다저스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채프먼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105.8마일의 강속구를 뿌린 인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