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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피 말리는데 4할 타자가 사라졌다' 왕복 이동만 40시간, 공백 어떻게 채울까

기사입력 2025-09-09 00:10


'매일 피 말리는데 4할 타자가 사라졌다' 왕복 이동만 40시간, 공백 …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SSG의 경기. 1회 삼진을 당한 SSG 에레디아.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8.21/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현재 팀에서 가장 타율이 높은 타자에게 출산 휴가를 줬다. 매일이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이 진행 중이지만, 이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하는 SSG 랜더스다.

SSG는 휴식일인 8일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미리 예정된 엔트리 변화다. 에레디아는 지난 7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마친 후 미국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아내가 셋째 출산을 앞두고있는 상황이라, 예정일인 10일에 맞춰 자택이 있는 마이애미로 갔다가 아이의 탄생을 함께한 후 복귀하는 일정이다. KBO는 지난 2019시즌부터 경조사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선수 본인 또는 직계 가족의 사망, 자녀 출생 등 경조사가 발생하면 5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10일이 지나지 않아도 등록이 가능하고, 등록일수도 인정된다.

에레디아는 오는 12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숭용 감독은 지난 7일 LG전을 앞두고 미리 에레디아의 출산 휴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숭용 감독은 "본인에겐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데, 가서 아기도 보고오면 본인에게는 큰 값어치가 있지 않나. 또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하면 좋다. 우리 모든 구성원들, 선수단도 다 기쁘게 잘 다녀오라고 했고, 와서 잘해주면 좋겠다. 가서 건강한 아들을 안아보면 더 힘을 낼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매일 피 말리는데 4할 타자가 사라졌다' 왕복 이동만 40시간, 공백 …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LG전. 3회초 1사 1, 2루 에레디아가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7/
이숭용 감독의 말대로, 이제 KBO리그에서도 선수들의 경조사 휴가는 더이상 어려워할 것도, 난감해할 문제도 아니다. 예전에는 경조사 휴가 제도도 없었고, 선수들이 눈치가 보여 자녀의 탄생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휴가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하루 이틀, 혹은 반나절 정도만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팀에 돌아와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많았다. 시즌 중에 자녀가 태어나게 되면, 괜히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와 문화가 달라졌다. 출산 휴가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팀 동료들이나 코칭스태프, 구단 역시 당연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외국인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에레디아의 팀 동료인 드류 앤더슨은 일본에서 거주하는 아내의 출산을 위해 휴가를 받아 시즌 중 일본에 건너갔다가, 출산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다시 일시 귀국해 경기를 뛰었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 또 일본으로 짧게 다녀오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다.

SSG 구단은 에레디아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개인 훈련 스케줄과 이동 편의에 각별히 신경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 측은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함께 기원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에레디아에게 또 다른 힘이 되어 팀에 긍정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SSG 구단은 앤더슨이 출산 휴가를 떠났을 때도 최대한의 지원을 했었다.


'매일 피 말리는데 4할 타자가 사라졌다' 왕복 이동만 40시간, 공백 …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SSG의 경기, 5회말 무사 만루 에레디아가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8.16/
사실 에레디아의 이탈은 짧은 기간이어도 치명적이다. SSG는 에레디아 없이 최소 3경기를 치러야 한다. 에레디아는 현재 팀에서 가장 잘치는 타자다. 아직 규정 타석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시즌 타율이 3할3푼7리로 리그 전체 1위 수준이다. 또 8월 이후 타율 4할4리를 기록하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SSG는 사실상 4할 타자가 없는 상태로 3위 확정을 위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해야 한다.

관건은 복귀 이후 컨디션이다. 에레디아가 복귀하기 전까지 예상되는 결장은 3경기. 9~10일 창원 NC 다이노스 2연전과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그런데 복귀 이후 곧장 경기 출장이 가능할 컨디션일지는 미지수다. 에레디아가 다녀오는 마이애미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어 경유로만 갈 수 있는데, 왕복 이동 시간에만 최소 40시간이 걸리는 초장거리다. 비행기 탑승 시간만 16~17시간에 달한다.

때문에 12일 에레디아가 한국에 도착하면, 곧장 부산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변수가 있다. SSG는 11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후 부산으로 이동해 13일 사직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1경기를 치른다. 만약 그때까지 팀이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에레디아에게 휴식을 더 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관건이다. 결국 에레디아가 장거리를 다녀오는 동안 어느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정확한 복귀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요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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