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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 상황이 왜 낫아웃이었을까.
KIA는 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1대2로 패했다. 5강 싸움에서 점점 밀리는 가운데 당한 아픈 패배였다.
0-2로 뒤지던 9회초가 아쉬웠다. NC 마무리 류진욱을 상대로 2사 후 박찬호가 추격의 솔로포를 날렸고, 후속 찬스를 잡았으나 동점 내지 역전까지 가지 못했다.
논란이 될 문제의 장면이 있었다.
박찬호 타석 직전에 윤도현이 아웃됐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아웃으로 정정됐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심판진의 치명적인 운영 오류가 있었다. 2B2S에서 류진욱의 몸쪽 공이 완전히 빠졌다. 윤도현은 이 공에 속아 방망이가 나가다 멈췄다. 공이 포수 뒤로 빠졌다. 하지만 순간 구심의 시선은 빠진 공을 향했다. 스윙인지, 파울인지 어떤 콜도 하지 않은 채 뒤로 빠지는 공을 지켜봤다. 구심이 스윙 판정을 해야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 하지만 판정은 없었다. 그러니 윤도현도 무슨 상황인지 '어리바리' 하다 자신은 스윙을 했다고 느꼈는지 찝찝한 상황이 되자 냅다 1루로 뛰기 시작했다. 윤도현이 뛰니 NC 포수 김형준도 공을 잡아 1루에 던졌다. 1루 최초 판정은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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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동시에 두 가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일단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아웃이라고 봤고, 그 다음 헛스윙 장면에 대한 판독도 요청했다. 마이크를 잡은 심판은 "NC에서 체크스윙에 대한 비디오판독과 1루 아웃, 세이프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동시에 요청했다"고 공지했다.
이대로라면 문제가 없어 보인 상황이다. 느린 화면을 보면 윤도현은 스윙이었고, 그렇다면 낫아웃 상황이 맞았다. 또 1루에서도 아웃이었다. 그러니 KIA 입장에서는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충격적인 비밀과 오류가 숨어있었다.
NC가 타자 쪽에 신청한 비디오판독은 체크스윙이 아닌, 파울이냐 아니냐에 대한 여부였다. NC 입장에서는 판독을 통해 파울로 판명이 나면 설령 1루에서 세이프 판정이 나오더라도, 이를 무효화 하고 다시 볼카운트 2B2S에서 타자와 승부를 이어갈 이중의 안전 장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 자체가 없었으니 체크스윙 비디오판독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다. 게다가 타자가 스윙이라 판단하고 1루로 뛴 만큼 수비 측이 체크스윙 여부를 들여다볼 이유도 없었다.
판독 결과 파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과는 자연스레 볼이었어야 했다. 구심이 당시 장면에서 스윙 콜도, 파울 콜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홈플레이트 뒷쪽에서 비친 중계 화면 상 윤도현의 방망이가 돌아간 듯 보였지만, 헤드가 돌았는지 여부는 판독 대상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방망이에 공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가 중요했다. 안 맞았으면, 콜을 안했으니 볼이어야 했다. 그러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 아니라 3B2S 풀카운트로 경기가 속행 됐어야 했다. 하지만 혼돈 속에 상황은 낫아웃으로 정리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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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혼란이 있었다. 그러니 KIA는 당시 상황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구심히 헷갈려 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구심이 공이 빠지는 순간 어떠한 판정도 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순간적으로 공을 쫓다보니 판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는 뭐라도 판정을 해야하는 게 맞았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타자가 방망이를 완전히 돌려도 심판이 스윙 선언을 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닌 것이 야구의 룰이다. 그러니 누가 봐도 윤도현의 방망이가 돌았다고 해도, 그 순간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NC가 체크스윙 판독을 요청했어야 스트라이크 최종심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는데, NC는 체크스윙 판독을 요청하지 않았다.
NC가 파울 여부에 대한 판독을 요청했고, 심판이 이를 받아들였기에 그 기준으로만 당시 상황을 해석하는 게 맞다. 당시 구심은 어떠한 판정도 내리지 않았기에 파울이 아니라면 그 장면은 볼이 되는 게 합당한 판정이었다.
만약 구심이 헛스윙 선언을 했다면 파울 여부에 대한 판독으로 낫아웃 결정이 내려질 수 있었지만 구심은 어떤 사인도 하지 않았다. KBO 복수의 관계자는 "파울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는데, 그 장면에서 배트가 돌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헛스윙 스트라이크 판정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지 못했다.
풀카운트가 됐다고 윤도현이 살아나갈 거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기회는 한번 더 주어질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다음 타자 박찬호가 홈런을 때렸다. 윤도현이 1루에 출루했다면 동점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KIA 입장에서는 복기해보니 아쉬울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