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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화 이글스 최근 행보는 정중동이다.
실제 한화 김경문 감독은 폰세, 와이스, 류현진, 한승혁 등 그동안 치열한 선두 싸움 과정에서 많이 던진 투수들을 충분히 쉬게 해주며 컨디션을 조절해 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1위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김 감독은 현재 두가지 포석 하에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1위 탈환은 한화만 잘한다고 가능한 게 아니다. 선두 LG가 흔들리며 위기가 찾아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추입마 전략으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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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이라는 대사를 그르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고려사항.
추가전력을 발굴하는 시간으로 삼다 기회가 오면 승부를 건다는 복안이다.
지금은 일단 시즌 내내 뛰느라 지친 주력 선수들, 특히 투수들을 중심으로 회복의 시간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 힘을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약 2위로 시즌을 마치면 1위 LG 만큼 긴 휴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시즌 막판부터 충분한 휴식을 줘서 100% 충전 상태로 단기전에 올인한다는 포석.
주력 선수들이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단기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원을 적극 발굴한다는 전략.
리그 유일 15승 듀오 폰세-와이스를 필두로 문동주, 류현진까지 단기전 선발진은 최강이다.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가지지 못하는 타선을 감안할 때 단기전 승부는 불펜진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불펜 뎁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남은 시즌 불펜 강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파이어볼러 정우주를 선발로 돌려 최대한 많은 이닝 경험을 쌓게 하고, 황준서를 불펜으로 돌려 기존의 김범수 조동욱에 더해 좌완 불펜 뎁스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150㎞ 이상을 뿌릴 수 있는 경험 많은 파이어볼러 엄상백도 불펜으로 출전시키며 힘을 보태고 있다.
평소 '순리'를 중시하는 김경문 감독의 노련한 시즌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단기전에 제대로 붙어보고자 하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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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즌 사이클이 있는 만큼 제 아무리 강팀 LG도 시즌이 끝나기 전 길든, 짧은 한번의 슬럼프와 함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힘을 모으고 있다가 뒤집을 상황이 찾아오면 한번에 확 쏟아 부으려는 구상이다.
12일부터 열리는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3연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시즌 한화는 키움에 12승1패로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좋은 결과로 선두와의 게임 차가 2경기 안으로 좁혀질 경우 한화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12일 첫 경기에는 아껴뒀던 폰세가 출격한다. 폰세는 키움전 3승무패 평균자책점 1.90으로 강했다. 문동주 정우주 등 한화가 자랑하는 광속구 선발들이 줄줄이 출격할 전망.
무리하지 않는 선수단 관리 때문에 항간에 '1위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자 김경문 감독은 "그런 소리하면 큰 일 나지요"라고 손사래를 친 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서 지금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