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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선수 충격' 10년차 방출 위기였다, 역대 3번째 진기록 미쳤다…"포기하고 싶기도, 야구 인생 다시 시작"

최종수정 2025-09-13 03:22

'육성선수 충격' 10년차 방출 위기였다, 역대 3번째 진기록 미쳤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경기. 4회 연타석 솔로포를 날린 두산 홍성호.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2/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오늘(12일)을 기점으로 나의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두산 베어스 만년 거포 유망주 홍성호(28)가 드디어 알을 깨고 나왔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두산에 2차 4라운드 36순위로 입단해 올해로 프로 10년차가 된 선수. 퓨처스리그에서는 통산 60홈런을 자랑하는 거포고, 2023년에는 타율 0.364, 15홈런, 59타점을 기록해 퓨처스 타격 3관왕을 차지했으나 1군에서는 단 하나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잘 풀리지 않았다.

홍성호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7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10년의 한을 제대로 풀었다. 4타수 2안타(2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두산이 4대5로 끝내기 패하는 바람에 끝내기 안타를 친 김선빈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뺏겼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홍성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단 역사상 27년 만에 진기록을 작성했다. 홍성호는 데뷔 첫 홈런 당일 연타석 홈런을 친 베어스 역대 3번째 선수가 됐다. 역대 최초는 1988년 4월 28일 잠실 빙그레 이글스전 박노준, 2번째는 1998년 4월 11일 무등 해태 타이거즈전 김동주였다. KBO 역대 17번째, 국내 선수로는 10번째다. 프로야구 44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 첫 홈런은 두산이 2-0으로 앞선 2회초에 나왔다. 홍성호가 볼카운트 2B2S에서 KIA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의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3-2로 쫓기던 4회초 홍성호가 또 한번 올러를 울렸다. 올러의 초구 시속 147㎞짜리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낮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잘 걷어올렸다.

홍성호는 "첫 번째 타석, 두 번째 타석 모두 담장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타격을 하고 간절하게 '제발 넘어가라'하며 1루로 달려가는 순간 담장을 넘어갔다. 믿기지 않았다. 꿈만 같았다. 데뷔 이후 10년 만에 1군에서 첫 홈런을 기록했다. 베이스를 도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홍성호는 자존심이 상한 채로 시즌을 맞이했다. 구단이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분류한 것. 10년차인 올해 연봉은 3300만원이다. 만약 올해 홍성호가 프로에서 더 뛸 자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방출 명단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육성선수 충격' 10년차 방출 위기였다, 역대 3번째 진기록 미쳤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경기. 타격하고 있는 두산 홍성호.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2/

'육성선수 충격' 10년차 방출 위기였다, 역대 3번째 진기록 미쳤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경기. 4회 연타석 솔로포를 날린 두산 홍성호.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2/

홍성호는 확대 엔트리가 시행되고 지난 9일에 올해 처음 1군에 등록됐다. 1군 등록 직전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1군 콜업 직전 퓨처스리그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하면서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를 얻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지난 9일 수원 KT 위즈전에 홍성호를 7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시켰을 때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KT 에이스 소형준과 끈질기게 싸우고, 안타도 하나 뺏은 게 긍정적인 신호였다.

조 감독대행은 이날 KIA전에 앞서 "홍성호가 복귀 첫 타석에서 소형준이 꽤 많은 공을 던지게 하면서 안타까지 쳤다. 그게 진짜 홍성호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런 타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결국에 빛나려면 타석에서 더 결과를 내야 한다. 끈질긴 모습을 보이다 보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앞으로 시즌 몇 경기 안 남았지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홍성호는 2군에서 그동안 파워를 내기 위해 파워포지션에서 양팔을 최대한 뒤로 보내고, 타격 시 리듬감을 갖도록 중점적으로 훈련하면서 몸이 일찍 열리는 것을 방지하는 데 집중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최근 나오고 있는 셈이다.

홍성호는 외야수였지만, 구단은 이제 1루수 기용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보여주면 어떤 야구 인생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조 감독대행은 "1루 수비를 퓨처스에서 많이 한 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포지션을 주전으로 확고하게 정해둔 상태가 아니니까. 지금 늦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장점을 살려준다면 또 홍성호가 1군에서 조금 더 좋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10년 됐으니까. 지금 예를들면 김동준이 유인구에 속는 지점에 있는데, 홍성호는 이제 좀 참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있다. 예전에 1군에서 기회를 받았을 때보다 지금 더 준비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홍성호는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오늘을 기점으로 나의 야구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더 멋진 모습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육성선수 충격' 10년차 방출 위기였다, 역대 3번째 진기록 미쳤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경기. 4회 연타석 솔로포를 날린 두산 홍성호.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2/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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