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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후 최고의 피칭 아닌가… 잇단 부상, 오재원 악재까지...7년의 기다림, '성실'의 아이콘이 되찾은 '빛'

기사입력 2025-09-15 14:43


입단 후 최고의 피칭 아닌가… 잇단 부상, 오재원 악재까지...7년의 기…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 투구를 준비하고 있는 삼성 양창섭.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4/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6⅔이닝 노히트 무실점. 선발 아닌 구원투수의 성적이었다.

7년 만에 펼친 최고의 피칭이었다.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해 빛창섭으로 불렸던 루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양창섭이 잃었던 빛을 되찾았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시즌 15차전. 전날 패배로 3연패에 빠지며 롯데 자이언츠에게 공동 5위를 허용한 삼성으로선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기였다.

하지만 좌완 선발 이승현의 제구가 초반부터 흔들렸다. 2⅓이닝 만에 4안타에 4사구 5개를 내주며 2실점한 뒤 3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0-2로 뒤진 상황. 추가 실점은 곧 패배로 직결될 분위기였다.
입단 후 최고의 피칭 아닌가… 잇단 부상, 오재원 악재까지...7년의 기…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 8회 투구를 마치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삼성 양창섭.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4/
마운드에 오른 양창섭이 삼성을 구원했다.

147㎞ 투심을 몸쪽으로 바짝 붙여 3루 땅볼을 유도했다. 5-4-3으로 이어진 병살타. 추가실점 없이 위기탈출을 하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오른 삼섬은 3회말 김성윤의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은 뒤 6회 디아즈와 이성규의 홈런 등으로 3점을 더하며 6대2 역전승에 성공했다. 롯데를 반게임 차 6위로 밀어내고, 4위 KT를 1게임 차로 추격하는 소중한 승리였다. 패했다면 롯데에 밀려 6위로 추락할 뻔 했다.

단연, 양창섭이 으뜸 공신이었다.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며 최근 살짝 불안해진 필승조 등판까지 막아준 공이 너무나도 컸다.


이날 양창섭의 피칭은 완벽 그 자체였다. 올시즌 장착한 투심패스트볼이 신의한수였다.

최고 148㎞ 투심패스트볼은 우타자 몸쪽을 파고들며 빗맞은 땅볼 타구를 양산했다. 투심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양창섭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슬라이더 위력이 살아났다. 커브까지 조화를 이루며 정타를 피해갔다.

좌타자에게 투심은 몸에서 점점 멀어지는 구종이었다. 좌타자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도 위력적이었다.

20타자를 상대로 19타수 무안타. 출루는 7회 허경민에게 허용한 몸에 맞는 공 하나가 전부였다. 3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한 양창섭은 7회 1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를 이어갔다. 허경민 사구 후 다시 8타자 연속 범타로 경기를 매조지했다.
입단 후 최고의 피칭 아닌가… 잇단 부상, 오재원 악재까지...7년의 기…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 투구하고 있는 삼성 양창섭.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4/

입단 후 최고의 피칭 아닌가… 잇단 부상, 오재원 악재까지...7년의 기…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경기. 3회초 1사 만루 실점 위기를 넘긴 삼성 양창섭.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4/
놀라운 구위에 강백호 장성호 안현민 허경민 황재균 스티븐슨 등 KT가 자랑하는 주포들의 배트가 힘을 쓰지 못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2018년 2차 1라운드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양창섭은 루키 시즌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으며 19경기 7승6패 5.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슈퍼루키 탄생을 알렸다. 암흑기에 내려온 한줄기 빛. '빛창섭'으로 불린 이유다.

삼성 선발진을 책임질 대형투수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부상과 수술대에 오르며 불운이 시작됐다. 좀처럼 완전한 상태로 복귀가 미뤄졌다. 부상 재발이 반복되며 끝 모를 터널 같은 어두운 시간이 길어졌다.

그 와중에 오재원 해설위원의 억측으로 인한 고의 빈볼 비난 사건 구설수에도 휘말렸다. 성실함과 모범 선수의 대명사 양창섭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을 곱씹을 만 했던 힘들었던 시기였다.

길게 이어진 불운의 시간이 그를 강하게 제련했다. 좌절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의 믿음 속에 변함 없는 노력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고 돌아온 양창섭.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인다.

현재 구위는 토종 에이스 원태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가을야구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삼성 야구에 다시 내려온 한줄기 빛.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양창섭이 돌아왔다. 야구인생 제2막의 시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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