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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안 보이더라" 충격의 1할, 72억 책임감 짓눌렀다…'야구 인생 최대 위기' 어떻게 버텼나

최종수정 2025-09-17 05:22

"앞이 안 보이더라" 충격의 1할, 72억 책임감 짓눌렀다…'야구 인생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6회초 1사 1, 2루 안치홍이 스리런포를 친 후 노시환과 포옹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진짜 어렸을 때 했던 것부터 다 해봤는데, 앞이 안 보이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베테랑 안치홍은 올해 야구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17일 현재 시즌 타율은 0.172(166타수 29안타)다. 19살 신인이었던 2009년에도 0.235(371타수 87안타)를 쳤던 특급 유망주 출신. 1군 통산 타율은 0.294(6316타수 1858안타)다. 방망이가 안 맞아도 이렇게 시즌 타율이 1할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친 적은 없었다.

안치홍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2년 총액 72억원 FA 계약에 합의했다. 한화가 타선 보강을 위해 거액을 주고 영입한 베테랑. 구단의 기대치도 높았고, 본인도 해낼 자신이 있었는데 FA 계약 2년차에 예상치도 못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손목 부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슬럼프의 정도가 심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안치홍을 믿고 기다려보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할 명분을 선수가 마련해 줘야 감독도 믿고 기다릴 수가 있다. 안치홍은 올해 2군에서 무려 50일을 보냈다.

한화는 올해가 우승에 도전할 적기인데, 안치홍이 삐걱거리니 전력 보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는 NC 다이노스에서 극적으로 리그 최고 교타자 손아섭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안 그래도 방망이가 안 맞는데 손아섭까지 합류하니 안치홍은 더 심한 압박감을 견뎌야 했다.

방법은 훈련뿐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까지 동원해 할 수 있는 훈련은 죄다 해봤다. 그 여파로 지금 안치홍의 손바닥은 굳은살이 가득하다.

안치홍은 "일단 다 해봤다. 진짜 지금까지 내가 1군에서 야구하면서 진짜 많은 방법이 있지 않았겠나. 진짜 어렸을 때 했던 것부터 다 해봤는데, 앞이 안 보이더라. 솔직하게 그랬는데, 조금 마음을 내려놓다 보니까. 이제는 어떤 식으로 가야 할지 생각이 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앞이 안 보이더라" 충격의 1할, 72억 책임감 짓눌렀다…'야구 인생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6회초 1사 1, 2루 안치홍이 스리런포를 친 후 환영을 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앞이 안 보이더라" 충격의 1할, 72억 책임감 짓눌렀다…'야구 인생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6회초 1사 1, 2루 안치홍이 스리런포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안치홍은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모처럼 시원한 한 방을 터트렸다. 한화가 5-0으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좌월 3점포를 터트렸다. 시즌 2호. KIA 우완 김시훈의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안치홍은 "찬스였고, 실투는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화구가 딱 몰려서 들어와서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시즌 목표는 어떻게든 한화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안치홍은 "개인적으로 내가 뭔가 성적을 올려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즌에 어떻게 도움이 돼야 할지 그런 것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팀원들이 진짜 고생하고 열심히 해줘서 이렇게 좋은 위치에 있는데, 나도 진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엄청 크다. 그런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한 마음만 있었다. 동료들과 형들이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옆에 있으면 존재만으로 좋으니까 우리 편하게 하자' 이런 말을 정말 많이 해주는데, 동료로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화는 현재 2위지만, 1위 LG 트윈스를 밀어내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화는 이날 KIA에 11대1 대승을 거두면서 LG와 3경기차를 유지했다.

KIA 시절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안치홍은 "일단 나도 내가 (포스트시즌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연제 경기를 나가든 스스로 좀 살아나야 그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보다 더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이 안 보이더라" 충격의 1할, 72억 책임감 짓눌렀다…'야구 인생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6회초 1사 1, 2루 안치홍이 스리런포를 친 후 심우준, 최재훈의 환영을 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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