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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적? 없어요"…팬들 그렇게 4번타자 아니랬는데, '국내 유일' 거포 배출한 믿음

최종수정 2025-09-18 04:44

"도망치고 싶은 적? 없어요"…팬들 그렇게 4번타자 아니랬는데, '국내 …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3회초 리베라토의 투런포에 이어 노시환도 투런포를 친 후 환영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7/

[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도망치고 싶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믿어 주시니까. 4번타자는 자존심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주셔서 반등할 생각 밖에 안 했다."

한화 이글스 우타 거포 노시환은 올해 '4번타자'라는 수식어가 무거웠을 듯하다. 전반기 타율이 0.232(328타수 76안타)까지 떨어져 있을 정도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홈런은 17개, 타점은 59개를 기록했다. 중심타자로서 해결사의 임무를 다하려 노력은 했지만, 타율이 너무 낮아 공격 흐름이 계속 끊기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한화 팬들은 노시환이 아닌 다른 4번타자를 기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이 유난스럽다고 하기에는 노시환의 방망이가 무겁긴 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부정적인 여론에도 뚝심을 보여줬다. 4번타자는 팀 공격의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이자 자존심이니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된다는 주관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은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4번타자 노시환을 향한 비판 여론을 견뎌야 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올해 사실 (노시환이) 어려움이 많았다. 본인이 노력은 무진장 열심히 많이 하는 것을 보니까. 그때 감독이 할 일은 안 맞아도 힘을 주는 일밖에 없지 않나. 믿고 있다고. 그래서 본인이 굉장히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했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결국 뒤에서 맞기 시작하더라"고 이야기했다.

노시환은 후반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시즌 타율 0.254(507타수 129안타), 31홈런, 98타점, OPS 0.843을 기록했다. 리그 최고 3루수이자 차기 국가대표 4번타자로 인정받았던 2023년에 준하는 성적이다. 노시환은 그해 홈런 31개, 타점 101개를 기록해 타격 2관왕을 차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타율은 4푼 정도 낮지만, 홈런과 타점은 커리어하이를 경신할 페이스다.

노시환은 올 시즌 30홈런을 넘긴 유일한 국내 타자고, 홈런과 타점 모두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김 감독은 "사실 국내 타자가 30홈런에, 곧 달성할 100타점(17일 현재 98타점)이면 대단한 것 아닌가. 정말 박수 쳐줘야 하고, 또 3루수로 전 경기를 출전하고 있으니까 아주 많은 칭찬을 해줘야 한다"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성장한 노시환을 기특해했다.


"도망치고 싶은 적? 없어요"…팬들 그렇게 4번타자 아니랬는데, '국내 …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3회초 리베라토의 투런포에 이어 노시환도 투런포를 친 후 환영받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7/

"도망치고 싶은 적? 없어요"…팬들 그렇게 4번타자 아니랬는데, '국내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5회초 2사 1루 노시환이 투런포를 친 후 홈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노시환은 김 감독의 믿음에 "일단 정말 감사하다. 감독님께서도 답답하실 것이다. 나보다 더 답답하시겠지만, 감독님께서 믿어 주셨다. 올 시즌 제일 감사한 분은 감독님인 것 같다. (4번타자를 바꿔야 한다는) 기사나 그런 말을 접했을 때 오히려 부담감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잘 안 되다 보니까 죄송한 마음이 컸다. 감독님이 믿어 주신 덕분에 후반기에 반등할 수 있었고, 그나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감독님께 제일 감사하다"고 거듭 진심을 전했다.

노시환은 부담감에 도망치고 싶은 적은 없었는지 묻자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냥 감독님께서 믿어 주시니까. 감독님께서 '4번타자는 자존심'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주셔서 나는 반등할 생각밖에 안 했다. 여기서 이겨내서 한층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라인업에서 한번도 안 빼셨으니까. 누가 봐도 못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기 살려주려고 말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 덕분에 올 시즌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노시환은 2023년에 이어 생애 2번째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바라보며 반짝이 아닌, 진정한 한화 4번타자로 굳히기를 시작했다. 올해는 한화가 시즌 내내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30홈런-100타점 페이스라 더 의미가 있다.

김 감독은 "2023년에는 팀이 하위권이라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경기를 하지 않을 때였고, 올해는 우리가 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경기를 계속 치렀다. 스타와 슈퍼스타는 다르지 않나. 스타까지 올라가도 슈퍼스타가 되려면 큰일을 겪어내야 하는데, 노시환 정도면 슈퍼스타가 된다. 그러니까 팀에서 나이도 어린데 자기가 예전에 30홈런 쳤다고 도취되지 않고 열심히 하고, 또 수비도 그냥 자기 말로는 어디 부러지기 전까지는 계속 뛰겠다고 한다. 나는 다른 우리 선수들도 본받을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시환은 한화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 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다. 2위 한화는 1위 LG 트윈스를 2.5경기차까지 추격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시환은 "우리가 1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남은 경기부터 또 가을야구까지 내가 전반기에 팀에 도움이 못 됐던 부분들을 만회하고 끝까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망치고 싶은 적? 없어요"…팬들 그렇게 4번타자 아니랬는데, '국내 …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KIA전. 5회초 2사 1루 노시환이 투런포를 친 후 손아섭을 놀리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16/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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