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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파격 1군 등록, 꼼수인가 배려인가...포스팅 1년 단축, 엄청난 후폭풍이 몰려온다

기사입력 2025-09-18 16:51


안우진 파격 1군 등록, 꼼수인가 배려인가...포스팅 1년 단축,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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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꼼수인가, 배려인가.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키움 히어로즈가 전례 없는 선택을 했다. 비운의 부상을 당한 선수에 대한 배려지만, 향후 다른 선수들에게 형평성 논란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에이스 안우진 1군 등록에 대한 이야기다.

키움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투수 안우진을 1군에 등록 시킨다고 전격 발표했다. 안우진은 이번 등록으로 두산전을 시작으로 30일 SSG 랜더스와의 홈 최종전까지 7경기 동안 더그아웃에서 선수단과 동행하게 된다.

파격적인 결정이다. 안우진은 현재 공을 던질 수 없는 부상 선수이기 때문이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선수를 엔트리에 등록시킨다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안우진은 2023년 팔꿈치 수술 후 사회복무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안우진은 아마추어 시절 학교 폭력 문제로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없는 상황. 국제대회 병역 혜택을 기대할 수 없었기에 재활 중 군 복무를 마치기로 했다. 그래야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


안우진 파격 1군 등록, 꼼수인가 배려인가...포스팅 1년 단축,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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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소집 해제가 다가오던 지난달 초 2군 훈련장에서 실시한 자체 훈련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마무리 펑고 훈련을 하던 중 넘어졌고, 하필 공을 던지는 오른쪽 어깨쪽으로 넘어졌다.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오른쪽 어깨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 어깨는 칼을 댔다 하면 1년이다. 빨라도 내년 전반기는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수술대에 올랐고, 잘 마쳤다.

안우진과 키움 모두에게 최악의 멘붕 상황. 안우진은 올시즌 막판 복귀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내년 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포스팅 신청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게 되며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키움도 3년 연속 꼴찌라는 수모 속 리빌딩을 마치고, 내년 안우진과 함께 날아오르려 했지만 그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그런 가운데 안우진은 최근 구단에 선수단과 함께 시즌을 마무리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구단도 이를 수용했다. 공을 던지지 못하는 선수가 왜 등록을 요청한 것일까.


안우진 파격 1군 등록, 꼼수인가 배려인가...포스팅 1년 단축, 엄청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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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 이유는 동료들을 응원하고,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숨은 의도는 따로 있다. 포스팅 신청을 앞당기기 위한 등록 일수 채우기다. 사실 이게 아니면 안우진이 등록을 요청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포스팅 신청을 하려면 7시즌을 채워야 한다. 145일 이상 등록이 돼야 한 시즌으로 인정된다. 안우진은 2022 시즌(169일)과 2023 시즌(164일)만 온전히 인정을 받는다. 그 앞선 시즌들은 부상 등을 이유로 다 채우지 못했다.

중요한 건 2021 시즌 139일 등록이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엔트리 합류로 6일 이상 채우면 이 두 시즌을 합해 한 시즌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면 3년. 그리고 2018 시즌(97일), 2019 시즌(107일)두 시즌을 합하면 또 1년이라 네 시즌이 채워진다.

2020 시즌 등록일수 130일을 내년에 복귀 후 등록일수와 합치면 다섯 시즌 기록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안우진은 두 시즌만 더 뛰고 2028 시즌 후 포스팅이 가능해진다. 만약 이번에 등록을 하지 못했다면 2021시즌 139일의 6일이 모자라 1년 후인 2029 시즌 후 포스팅이 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이번 등록으로 인해 2029 시즌 후 가능할 줄 알았던 포스팅 신청이 2028 시즌 후로 1년 앞당겨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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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어차피 확대 엔트리 기간이고, 9월 확대 엔트리가 실시된 후에도 5명 인원을 꽉 채우지 않았다며 다른 선수들이 피해가 없음을 강조한다. 또 KBO에 안우진 엔트리 등록 가능 여부를 사전에 문의했고,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확인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후폭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의 개인 이득을 위해 엔트리를 활용하는 꼴이 됐다.

향후 팀 내 다른 선수도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일수가 며칠 부족한 상황에 부상을 당하면, 그 선수도 등록을 해줘야 해야 형평성이 맞는다. 포스팅을 통한 미국 진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안우진에게만 특혜를 주는 건 정상적인 프로팀 운영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워크 문제로 팀 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는 불씨가 남게 된다.

다른 팀에도 불똥이다. 안우진 소식을 들은 A구단 관계자는 바로 "이러면 우리팀 선수들도 부상을 당했을 시 손해를 막기 위해 1군 등록을 시켜달라고 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시선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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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도 그렇다. 아무리 당장 1군에서 뛸 만한 실력과 컨디션의 선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엔트리에 한 번 올라오려 발버둥치는 2군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지는 못할 망정, 특정 부상 선수를 위해 엔트리가 소모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다.

안우진은 "팀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 2년 전 팔꿈치 수술 후 재활도 순조로웠기에 몸 상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훈련 중 다시 부상을 입어 아쉽지만, 선수단과 함께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엔트리 등록을 결정해준 구단과 따뜻하게 맞아준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고척돔에서 팬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되어 설렌다. 남은 시즌 동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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