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제 더이상 못믿겠다. 대주자나 나가!' 18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대주자 등장-1득점. 팀내 신뢰도 사라졌다. 칭찬도 민망할 지경

기사입력 2025-09-18 17:54


'이제 더이상 못믿겠다. 대주자나 나가!' 18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타격폼이 완전히 무너져 어쩔수 없이 대주자로 투입돼 열심히 달려 득점한 걸 '잘했다'고 포장해줘야 할까. 이대로 가다간 자칫 팀내에서 완전히 잉여자원으로 밀려날 판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시즌 막판 팀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최악의 타격 슬럼프에 빠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팀도 이정후의 타격에 관한 기대감을 접어버렸다. 선발에서 아예 제외하고 대주자로 활용하는 처지가 됐다.

이정후는 1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제외됐다. 전날 애리조나전 때는 메이저리그 데뷔 처음으로 8번 타순으로 강등된 데 이어 이번에는 아예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유는 극심한 타격 슬럼프 때문이다. 현재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강경기 연속 무안타에 빠졌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부터 5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치지 못했다. 이 기간에 18타석 연속 무안타의 부진에 빠졌다. 전날에도 8번 타순에 배치됐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제 더이상 못믿겠다. 대주자나 나가!' 18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결국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아예 선발에서 제외하고 지난 7월 30일 뉴욕 메츠에서 트레이드해 온 유망주 드류 길버트를 선발 중견수로 투입했다. 좀처럼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정후를 또 믿느니 아예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낫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이정후에 대한 팀내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1억1300만달러(약 1568억원)의 계약을 안긴 바 있다. 이 정도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는 다친 게 아니라면 경기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다소 부진하더라도 계속 기회를 주는 게 상식이다. 샌프란시스코 뿐만이 아니라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는 라파엘 데버스가 트레이드 직후 부진할 때도 계속 기회를 줬다. 이정후에게도 똑같이 했다. 이정후가 지난 6월에 월간타율 0.143(84타수 12안타)의 심각한 부진을 기록할 때도 꾸준히 주전으로 내보냈다. 이정후는 6월 한 달간 팀이 치른 27경기 중 24경기에 나왔다.

그런 샌프란시스코가 18일 애리조나전에 이정후를 뺀건 이제 더 이상 인내심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8월하순부터 갑자기 상승세를 타며 불가능해 보였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살아난 팀이다. 한때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3위 뉴욕 메츠에 0.5경기차로 따라붙기도 했다.


기대가 커지면, 그만큼 부진한 선수에 대한 실망감도 커진다. 한창 연승을 타야하는 시점에 갑자기 18타수 연속 무안타에 빠진 이정후를 보는 팀내 시선이 차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과감한 선발 제외의 또 다른 배경이다.


'이제 더이상 못믿겠다. 대주자나 나가!' 18타수 무안타 SF 이정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그나마 이정후는 0-0으로 맞선 연장 10회초에 대주자로 나와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일정부분 기여하긴 했다. 무사 2루 승부치기에서 브라이스 엘드리지가 볼넷을 얻어내자 곧바로 이정후가 1루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어 헤라르 엔카나시온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을 때 이정후가 2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무사 1, 2루 상황. 패트릭 베일리가 친 타구를 애리조나 유격수 헤랄도 페르도모가 다이빙 캐치로 잡으려다 놓쳤다. 2루에서 스킵 동작으로 상황을 살피던 이정후는 타구가 안타가 되자 빠르게 3루로 달려 세이프됐다. 괜찮은 주루플레이였다.

이후 이정후는 크리스티안 코스의 좌중간 적시 2루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아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5대1로 승리하며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정후가 대주자로 나와 팀 승리에 일정부분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로 '제 몫을 다했다'고 평가할 순 없다. 팀내 위상과 몸값에 비춰볼 때 부끄러운 수준이다.

벼랑 끝에 몰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를 연장전 대주자로 기용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인 마당이라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막판 1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정후가 스스로 타격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면 계속 선발에서 제외되거나 대주자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