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한화 정우주, 류현진이 폰세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3/
한화 정우주가 29일 LG전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며 밝게 미소짓고 있다. 대전=권인하 기자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선발 문동주가 몸을 푸는 사이 정우주, 폰세, 류현진, 와이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9.14/
[대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조금 많이 놀랐다. 1만7000명의 관중이 꽉 찬 야구장 한 가운데인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155㎞ 강속구를 타자에게 뿌리는 신인 투수. 정작 같은 팀의 대선배에겐 부끄러워서 궁금한 것을 묻지도 못한다니.
한화 이글스 2순위 신인 정우주가 29일 대전 LG 트윈스전에 선발등판, 깜짝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⅓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1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올시즌 내내 불펜으로만 나오다보니 선발로 나와도 많은 이닝을 던질 수는 없었고, 53구로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데 만족해야 했다. 정우주가 테이프를 잘 끊은 덕에 한화는 7명의 불펜 투수를 더 투입해 LG 타선을 묶고 적재적소에 타선이 터지며 7대3 승리를 거뒀다. 안방 대전에서 LG 우승 세리머니를 저지한 의미 있는 승리였다.
정우주는 이날 최고 155㎞의 직구를 35개, 최고 141㎞까지 나온 슬라이더를 8개, 126㎞의 커브를 10개 뿌렸다. 정우주는 경기 후 "초구 카운트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고 커브가 잘 들어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1회초 2사 1,2루의 위기에서 5번 문성주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스트라이크가 되며 유리한 카운트에서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고, 2회초 오지환과의 승부에서는 1B2S에서 4구째 커브가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꽂히며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커브가 카운트 잡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이면서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
커브가 많이 좋아진 이유를 묻자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한화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화 정우주.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29/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한화전.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정우주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29/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한화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화 정우주.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29/
정우주는 "류현진 선배가 커브 던지는 것을 많이 봤다"며 "부끄러워서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는데 키움 (정)현우가 현진 선배님을 찾아와서 커브를 물어봤다길래 그걸 현우에게 물어봤다"고 수줍게 말했다. 늘 옆에 류현진이 있는데 직접 물어보지 못하고 다른 팀인 키움에서 뛰고 있는 친구 정현우에게 류현진이 알려준 커브 던지는 법을 '스리쿠션'으로 물어봤다는 건 가히 충격적이었다.
당사자 류현진이 직접 설명을 해준 것이 아니라 정현우가 설명해준 것인데 잘 이해가 됐냐고 묻자 정우주는 "현우가 잘 설명을 해줬다"며 웃었다. '왜 직접 물어보지 않았냐'고 묻자 "못 물어본다. 너무 부끄러워서…"라며 쑥스런 미소를 지었다.
2006년생인 정우주에겐 1987년생으로 19살이나 많은 류현진이 하늘과 같은 대선배임은 분명하다. 어릴 적 TV에서나 본 전설적 메이저리거. 선뜻 다가서지 못할 유명 스타로 느껴질 수 있다.
정우주가 과연 언제쯤 류현진에게 넉살 좋게 스스럼 없이 다가가 류현진의 피칭 비결을 물어볼 수 있을까. 직구, 슬라이더, 커브 등 3개 구종을 던지는 정우주는 올시즌을 마친 뒤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의 최고 주무기가 바로 체인지업이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