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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마지막까지 응원받고 가는구나 싶다."
이날을 위해 삼성 구단은 구장 안팎에 오승환의 은퇴를 기념하는 다양한 포토 스팟을 마련해놓았다. 오승환의 유니폼까지 차려입은 팬들이 줄지어 사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작 오승환은 너무 바쁘다보니 사진으로밖에 못봤다고. 하지만 그는 "가족들한테 일찍 와서 많이 봐두라고 했다"며 웃었다.
오승환은 21세기 한국 야구 마무리투수의 대명사다.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2차 1라운드(전체 5번)로 입단한 이래 한국 프로야구 기준 삼성에서만 15시즌을 뛴 원클럽맨이다. 2014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로 진출해 2년간 뛴 뒤 메이저리그로 건너갔고,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시작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뛴 뒤 2019년 삼성으로 복귀했다.
KBO리그 통산 427세이브,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각각 기록중이다. 역대 최고령 세이브(42세 12일) 기록 역시 오승환의 것이다.
다음은 오승환 인터뷰 일문일답.
- 은퇴식인데 기분이 어떤가? 은퇴투어와는 다를 것 같은데.
너무 바쁘게 왔다갔다해서 정신이 없다. 한달전만 해도 시간이 정말 안갔는데 어젯밤에 아 벌써 30일이 됐구나 싶더라. 출근했는데 로비에 지인들도 많이 오고 하니 오늘 은퇴식이구나 실감이 났다
- 팬들 향한 감사
서울에서 내려와서까지 응원해주시니 감사하다. 끝까지 응원받고 간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팬들 덕분에 오늘 같은 날이 왔다. 감사드린다는 마음 뿐이다.
- 일본 팬들에게 한마디
한신 팬들께 아직도 사랑받는다고 하더라. 언젠가 한번은 다시 가서 인사를 드려야되지 않을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 메이저리그팬들에게도 감사인사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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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뛰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한인 분들이 있다. 아직도 연락도 주시고 응원도 해주신다. 덕분에 한국 음식도 많이 먹었다. 정말 감사했다.
- 출근길엔 어떤 감정이 들었나
특별한 생각은 없었다. 아직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은퇴식을 하게 되면 이제 실감이 확 오지 않을까.
- 감독님은 기회만 된다면 9회 등판을 시켜주고 싶다고 하시던데
오늘 워낙 중요한 경기다. 내 은퇴식을 떠나 한시즌 치열하게 경쟁한 팀이 남은 2경기에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경기를 지켜보고, 난 마지막까지 늘 하던대로 준비하겠다.
- 최형우가 대타로 들어올 준비중인데
복귀하고 나서 최형우한테 중요할 때 많이 맞았다. 마지막엔 안 맞아야하지 않을까.
오늘 마운드 딱 올라가면 아마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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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다고 발표했을 때 연락이 많이 왔다. 이대호는 분명히 울 거라고 했고, 김태균이나 정근우는 정말 고생했다고 했다. 추신수는 커피차도 보냈더라.
- 오늘 라팍 근처에 포토 스팟이 많던데
난 사진으로만 봤다.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셨더라. 가족들한테도 일찍 와서 많이 보라고 얘기했다
- 은퇴 발표가 후회된 적은 없다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 오히려 몸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더라. 후회는 없다. 후회 없이 공을 던졌으니까.
- 향후 계획은 공개하실 수 있나
은퇴식까진 고민이나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
- 오늘 선수단과 만났나
오늘 줄줄이 사인받으러 와서 자기 이름 써달라고 하더라. 이젠 나를 보내는구나 싶고, 강민호랑 박병호한테는 '너희들도 곧 느끼게 될 기분'이라고 얘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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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포수들과 함께 했다. 처음부터 진갑용 형과 함께 했고, 해외에서는 (야디어)몰리나였고, 복귀해서도 강민호와 하고 있다. 포수 복은 참 좋았던 거 같다. 던지는 구위보다 포수 덕을 더 보지 않았을까.
-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두산 달항아리다. 이대호 선수나 이승엽 선배한테는 선수들이 직접 했던 말을 두산에서 써주셨다고 하던데, 나는 문구를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 이틀을 고민하셨다고 하더라.
- 오승환을 싫어할 선수는 아무도 없을 거라고 하던데, 선수들을 다독여줄 수 있었던 비결은
다들 한방씩 치고 나서 '형은 많이 막았잖아' 하던데…난 한번 맞을 때마다 타격이 크다. 오히려 내가 원망해야할 선수가 많을 것 같다. 다들 좋아해주니 선수생활 잘했구나 싶다.
-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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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사를 해야하는데 미리 준비하셨나
준비는 했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항상 후회되는 부분이 많더라. 내 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표현을 잘 못하니까.
오늘은 미리 써놓고 준비했는데, 아마 오늘도 끝나면 후회할 거다
낭독 연습은 딱 1번했다. 살짝 울컥하긴 하더라.
- 그동안 은퇴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은?
울지 말아야지 생각한 적은 없는데, 너무 많이 우는 선수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우나 생각한 적은 있다.
- 남은 경기 등판 여부
팀 사정에 따라 움직일 생각이다. 아직 순위도 확정 안됐고 2경기 남았으니까. 언제든 던질 수 있게 몸은 만들어놨다.
- 550세이브 달성 여부는?
지금 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개인 기록보단 팀이 우선이다. 처음 얘기할 땐 이렇게 치열하게 갈지 몰랐다. 지금 내겐 중요하지 않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