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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 안일했던 몸 관리의 참혹한 결과. 확고한 1선발 투수가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이럴 줄은 몰랐다. 시즌 최악의 투구를 가장 잘 던져야 하는 경기에서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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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부터 SSG의 모든 계산이 꼬이기 시작했다. 앤더슨을 1차전에 내고, 2차전에서 미치 화이트가 나섰다면 SSG는 가장 강한 선발 투수 2명으로 홈 2연승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 투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대구 원정을 앞두고, 홈에서 2경기를 모두 다 잡아야 확실히 유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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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1회말 1번타자를 상대하는 도중 경기가 우천 중단되면서 37분간 멈추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날 앤더슨이 던진 공은 직구의 위력이 보이지 않았다. 앤더슨의 직구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직구 구위만 놓고 보면, 올해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코디 폰세(한화)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런데 그 직구가 힘을 잃으니, 자꾸 변화구를 던져 유인구로 승부를 하게 되고 앤더슨의 장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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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SSG 벤치는 3이닝만에 앤더슨을 내렸다. 불펜이 강하니, 공 상태가 좋지 않은 앤더슨 대신 불펜 투수들로 물량 공세를 해보겠다는 뜻이었지만 이 역시 계산대로 되지 않았다. 믿었던 불펜도 모든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추가 실점으로 흐름을 내줬다. 타자들은 무려 7회까지 원태인에게 막혀있었다. 9회초 고명준이 배찬승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뜨려 뒤늦게 2점 차까지 추격에 나섰으나, 뒤집기에는 남은 아웃카운트가 너무 적었다.
탈락 위기에 놓인 SSG는 앤더슨의 1차전 등판 불발부터 모든 것이 꼬였다. '에이스'의 몸 관리 실패가 결국 실망스런 성적표로 되돌아왔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