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합니다"…진심으로 던진 11년, '왕조의 가을 영웅' 유니폼 벗는다 [인터뷰]

최종수정 2025-10-14 05:31

"홀가분합니다"…진심으로 던진 11년, '왕조의 가을 영웅' 유니폼 벗는…
2021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이승진.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15/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사실 작년에 나가게 될 줄 알았어요."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이승진(30)이 현역 선수로서 마침표를 찍는다. 13일 연락이 닿은 이승진은 "이제 야구 선수가 아닌 다른 길을 보려고 한다"고 뗐다.

선수 이승진에는 '연습벌레', '훈련 중독'의 말이 따라다녔다. 이승진과 함께 했던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독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말해왔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전체 73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그는 2018년 처음으로 1군에 데뷔해 34경기에 출전 41⅓이닝을 던졌다. 그해 SK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고,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진도 당시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생애 첫 우승반지를 얻기도 했다.


"홀가분합니다"…진심으로 던진 11년, '왕조의 가을 영웅' 유니폼 벗는…
5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SK 이승진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5/
2020년 5월 트레이드로 두산으로 이적한 그는 야구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적 첫 해 33경기 출전을 했고, 그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9경기에 출전하며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두산이 준우승에 그치면서 두 번째 우승 반지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이승진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2021년에는 13홀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그해 역시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았지만, 역시 우승에는 닿지 못했다.

확실한 1군 선수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이후부터는 기복이 커졌다. 결국 2022년 35경기 2023년 1경기를 끝으로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선수 은퇴 결정을 내린 그는 "홀가분하다"고 했다. 누구보다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말이었다. 이승진은 "구단에서 많이 기다려주시고 챙겨주셨다. 구속이 올라오지 않고, 감독님, 코치님 모두 열심히 가르쳐주시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까지 인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승진은 "사실 작년에 방출 통보를 받을 줄 알았다. 구단에서는 오히려 1년 더 기다려줬다고 생각한다. 2022년 2023년도에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구속이 나오긴 할 때였는데 2023년부터는 아예 구속도 떨어지더라. 계속해서 구속이 안 나와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승진은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며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실력에 비해 기회를 많이 받았던 선수였던 거 같다"고 했다.

'누구보다 노력했던 선수'라는 말에 이승진은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2 때부터 한 7~8년 간은 가까운 거리에 송구가 안 되는 입스가 있었다. 그래서 이겨내고 싶어서 공도 많이 던지고 열심히 했었다"라며 "그 덕분에 훈련량이 많이 늘었고, 1군에서도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홀가분합니다"…진심으로 던진 11년, '왕조의 가을 영웅' 유니폼 벗는…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1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이승진이 롯데타선을 상대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8.21/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는 2020년 8월2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로 나온 이승진은 6이닝 2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0-0 균형 끝에 두산은 9회말 최용제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뒀다. 이승진은 "그렇게 긴 이닝을 잘 던진 게 프로에 와서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2020년 SK에서 경험했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 대해서는 "막내였는데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경기에는 못 나갔다"라며 "좋은 추억이 된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2020년 두산에 와서 가을야구 경기에 많이 나갔는데 우승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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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 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경기 전 두산 이승진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20/
현역 선수로서 유니폼을 반납하는 순간. 고마운 사람이 많았다. 이승진은 정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안 고마운 사람이 없다. 모두 나를 위해서 열심히 가르쳐주셨다"고 지도자 한 명 한 명을 떠올렸다.

선수로서는 끝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이어간다는 생각. 이승진은 "지금은 당장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구단에 스카우트나 전력 분석 이런 쪽으로 가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잘 배워야 할 거 같아서 준비하고 있다. 또 아마추어 지도자 자격증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이승진은 "잘할 때나 못 할 때나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에 1군에서 잘 던져서 응원받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라며 "매사 긍정적이고 밝은 선수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할 거 같다"고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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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BO 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7대6을 승리한 두산 이승진이 기뻐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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