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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아쉬운 공 1개. 하필 '홈런왕'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들어와 벼락같은 홈런이 됐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필승조 이로운이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4경기 전부 등판한 이로운은 선두타자 김지찬을 좌익수 플라이로, 김성윤을 1루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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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은 초구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자신의 최고 무기인 변화구로 초구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그리고 2구째 직구를 던졌지만 바깥쪽으로 들어가는 볼에 배트가 나오지 않았다. 이어 3구째 다시 체인지업을 선택했는데 너무 낮게 들어갔다.
2B1S에서 맞이한 4구째 승부. 이로운은 다시 한번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아뿔싸. 그런데 체인지업이 한가운데 바깥쪽으로 살짝 몰려 들어갔다. 디아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 126km 변화구 타이밍을 완벽히 캐치해, 완벽한 타이밍에 풀스윙을 주저없이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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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엄청난 타구가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번개같은 재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이 홈런 한방에 맥이 풀린 이로운은 다음 타자 이재현에게도 초구 슬라이더를 선택했다가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SSG 벤치가 투수를 교체해 추가 실점은 막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쪽으로 기울었고 SSG는 회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디아즈를 상대로 계속 변화구 승부를 고집하는 것을 두고, 투수 출신 정민철 MBC 해설위원과 야수 출신 박재홍 해설위원은 "초구 스윙부터 변화구 승부가 조금 위험하다고 봤다", "그 공을 마음먹고 돌렸다"고 볼배합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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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이로운이 8회말 호흡을 맞춘 포수는 고졸 신인 이율예. 앞서 대타 기용으로 포수를 두명 모두 교체하게 되면서 세번째 포수 이율예가 마스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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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21세로 큰 경기 경험이 처음인 투수와 19세 신인 포수 배터리에게 너무 중요한 순간, 너무 중요한 승부를 맡긴 것이다. 이숭용 감독은 시즌 중에도 배터리에게 거의 대부분을 맡긴다. 벤치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선수들이 스스로 승부를 선택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는 벤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다. 특히 신인 포수가 마스크를 쓴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적극적 개입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