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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우리가 3등 할거라고 여기 계신 분들도 예상 못하셨을 겁니다. 우리는 그걸 해냈고, 포스트시즌에서 떨어진 것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SSG는 예측을 뒤엎었다. 안정 속 돋보인 부분은 단연 투수 운영. LG 트윈스에서 다년간 지도자 경험을 쌓은 경헌호 투수코치 영입 후, 투수 교체 타이밍이나 시즌 투수 운영 계획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팀에 합류한 경 코치는 이숭용 감독과 계속 상의 하면서, 정체가 더딘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2군과의 공조도 매끄러웠다. 이로운, 김건우, 최민준, 전영준, 박시후는 터닝 포인트가 된 시즌을 보냈다. 20대 투수들의 발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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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원투펀치(앤더슨, 화이트)의 성공과 최강 불펜을 앞세워 이뤄낸 정규 시즌 3위.
하지만 단기전은 또 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에 그치면서, 기적적 3위를 하고도 4위 삼성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양보하는 굴욕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SSG는 2023년에도 정규 시즌 3위 후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에 3연패 탈락한 아픔이 있다. 2년 만에 비극이 다시 한번 반복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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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2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숭용 감독은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조형우, 이로운, 정준재, 류효승, 김건우 등 팀의 미래가 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추구했다. 젊은 유망주들의 단기전 경험치가 쌓여야 1년, 2년, 3년 후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단기전 3경기 연속 홈런의 고명준 등 유망주들의 성장 모습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2년 전 탈락보다는 훨씬 더 희망적이다.
그렇지만, '희망적'이라고 자위하며 끝낼 수 있는 가을 중단은 결코 아니다.
두가지 과제를 뚜렷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국내 선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SSG 선발 중에 가장 많은 이닝을, 잘 던진 투수는 백전노장 김광현이었다. 4차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역투를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팀의 탈락 직전, 가장 부담스런 상황에서 역시 김광현이 왜 김광현인지 보여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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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에서 몸 관리에 실패한 드류 앤더슨이나 흥분감 조절에 실패한 미치 화이트가 무너지니, 팀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삼성이 원태인, 최원태까지 막강한 4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SSG도 2차전 선발로 나선 김건우의 경기 초반 눈부신 호투는 반가웠지만, 그 역시 타순이 한바퀴 돌자 흔들리며 채 4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한 문승원도 이제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만큼 내년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SSG도 더 확실한 20대 선발 투수 육성이 필요하다. 5선발 후보였던 3년차 송영진이 올해 인상적인 활약을 못한 가운데 군 문제까지 걸려있는 상황. 김건우를 비롯,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투수들을 본격 선발로 육성할 것인지, 트레이드나 외부 영입을 노려볼 것인지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최고참급 김광현이 언제까지 3선발을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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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 타선 보강을 위해 김성욱을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그 역시 현재 기준으로 최선의 카드가 아니다. 포수 조형우, 1루수 고명준의 성장을 포함, 내야는 비교적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정의 뒤를 이어 3루를 책임져줄 거포 3루 자원은 아직 불확실이다. 여기에 외야 타선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통해 절감했다. 언제까지 최정, 한유섬에게 의존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체자를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이 한살씩 더 먹는 내년에는 더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현재 외야 수비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전 중견수 최지훈은 2026시즌이 끝나면 첫 FA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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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프런트의 시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