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장면' 오타니가 안하던 특타를 할 정도면, "그런 타격으론 우승 못해" 로버츠도 오죽하면

기사입력 2025-10-16 18:19


'진귀한 장면' 오타니가 안하던 특타를 할 정도면, "그런 타격으론 우승…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NLCS 3차전을 하루 앞둔 16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진귀한 장면' 오타니가 안하던 특타를 할 정도면, "그런 타격으론 우승…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NLCS 3차전을 하루 앞둔 16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배팅케이지에 들어가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구단 X 계정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을 하루 앞둔 16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 생소한 장면이 목격됐다.

오타니 쇼헤이가 필드에서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오타니는 시즌 중 필드에서 배팅 훈련을 잘 안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날 동료들과 함께 다저스타디움 그라운드로 나와 배팅케이지에서 방망이를 휘두르자 평소와는 다른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오타니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그의 워크업 송(walkup song)인 마이클 부블레의 '필링 굿(Feeling Good)'이 흘러나왔고 동료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오타니는 5라운드에 걸쳐 타석에 섰다. 외야석으로 날려 보낸 장타도 몇 개 된다. 우측 관중석 지붕을 넘어가는 대형 타구도 터뜨렸다. 오타니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필드 배팅을 한 것은 포스트시즌 들어 슬럼프에 빠진 타격감을 되살리기 위한 자구책이다.


'진귀한 장면' 오타니가 안하던 특타를 할 정도면, "그런 타격으론 우승…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NLCS 3차전을 하루 앞둔 16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캐치볼 도중 활짝 웃으며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NLCS를 앞두고 오타니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DS) 4경기에서 18타수 1안타에 9삼진으로 극도의 부진을 나타낸데 대해 "그런 타격이라면 우리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없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타석에서 오타니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도 가했다.

NLCS 들어서도 타격은 호전되지 않았다. 2경기에서 7타수 1안타 1타점 3볼넷 3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2차전서 3-1로 앞선 7회초 우전적시타를 쳐 모처럼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그렇다고 타격감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타니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WCS)에서는 2경기에서 9타수 3안타(2홈런 포함) 4타점을 때렸다. 하지만 DS와 NLCS 6경기에서는 25타수 2안타(0.080), 2타점, 5볼넷, 12삼진을 마크했다. 오타니가 6게임 단위로 장타가 포함되지 않은 2안타 이하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번 밖에 없다. LA 에인절스인 2019년과 2020년에 나왔다. 즉 다저스 이적 후 요즘과 같은 타격 부진에 빠진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로버츠 감독은 "팀 공헌도는 많은 안타를 친다고 해서 높아지는 건 아니다. 그가 리드오프로 볼넷을 얻어 다음 타자 무키의 안타로 홈을 밟는다면 그건 팀 공헌이 된다. 난 그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했다. 제발 살아나가 달라는 것이다.


투타 겸업을 하는 바람에 타격감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오타니는 이를 강력하게 부정한다.

오타니는 올해 정규시즌서 선발등판한 날 타율 0.222(54타수 12안타), 등판 다음 날 타율 0.147(34타수 5안타)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서는 지난 5일 DS 1차전에 등판해 4타수 무안타를 친 게 전부다. DS 1차전 다음 날은 오프 데이였다. 즉 투타 겸업 때문에 오타니의 타격이 하락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진귀한 장면' 오타니가 안하던 특타를 할 정도면, "그런 타격으론 우승…
오타니가 NLCS 2차전서 8회초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오타니는 "피칭이 타격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피칭 측면만 본다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걸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느낀다. 타격 측면을 본다면 스탠스와 메카닉, 그리고 내가 하는 몇 가지 움직임 등은 내가 언제나 계속 진쟁 중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오타니의 타격 부진은 포스트시즌 들어 상대 투수들이 철저한 코너워크를 구사하고 유인구를 집중적으로 던진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MLB.com에 따르면 오타니가 타석에 섰을 때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새도 존·shadow zone)로 날아든 공의 비율이 정규시즌 때는 43.7%였는데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52.1%로 부쩍 높아졌다. 이는 포스트시즌 들어 75구 이상을 본 타자 57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정규시즌서 오타니는 스트라이크존 중앙으로 날아든 공에 대해 타율 0.363, 장타율 0.870, 평균 타구속도 99.2마일, 새도 존을 통과한 공에 대해서는 타율 0.251, 장타율 0.516, 평균 타구속도 92.1마일을 기록했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MLB.com은 '최근 타격 슬럼프가 오타니에게는 생소한데,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부진이 시작된 이후 6경기 중 5경기를 승리해 분위기는 좋다'며 '다저스가 2001년 이후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첫 팀이 되려 한다면 최고 버전의 오타니가 필요하다는 로버츠 감독의 주장에 오타니는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오타니는 "오히려 내가 잘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고 계실 것이다.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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