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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을 하루 앞둔 16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 생소한 장면이 목격됐다.
오타니는 5라운드에 걸쳐 타석에 섰다. 외야석으로 날려 보낸 장타도 몇 개 된다. 우측 관중석 지붕을 넘어가는 대형 타구도 터뜨렸다. 오타니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필드 배팅을 한 것은 포스트시즌 들어 슬럼프에 빠진 타격감을 되살리기 위한 자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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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시리즈(WCS)에서는 2경기에서 9타수 3안타(2홈런 포함) 4타점을 때렸다. 하지만 DS와 NLCS 6경기에서는 25타수 2안타(0.080), 2타점, 5볼넷, 12삼진을 마크했다. 오타니가 6게임 단위로 장타가 포함되지 않은 2안타 이하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번 밖에 없다. LA 에인절스인 2019년과 2020년에 나왔다. 즉 다저스 이적 후 요즘과 같은 타격 부진에 빠진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로버츠 감독은 "팀 공헌도는 많은 안타를 친다고 해서 높아지는 건 아니다. 그가 리드오프로 볼넷을 얻어 다음 타자 무키의 안타로 홈을 밟는다면 그건 팀 공헌이 된다. 난 그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갈 길이 여전히 멀다"고 했다. 제발 살아나가 달라는 것이다.
투타 겸업을 하는 바람에 타격감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오타니는 이를 강력하게 부정한다.
오타니는 올해 정규시즌서 선발등판한 날 타율 0.222(54타수 12안타), 등판 다음 날 타율 0.147(34타수 5안타)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서는 지난 5일 DS 1차전에 등판해 4타수 무안타를 친 게 전부다. DS 1차전 다음 날은 오프 데이였다. 즉 투타 겸업 때문에 오타니의 타격이 하락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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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의 타격 부진은 포스트시즌 들어 상대 투수들이 철저한 코너워크를 구사하고 유인구를 집중적으로 던진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MLB.com에 따르면 오타니가 타석에 섰을 때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새도 존·shadow zone)로 날아든 공의 비율이 정규시즌 때는 43.7%였는데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52.1%로 부쩍 높아졌다. 이는 포스트시즌 들어 75구 이상을 본 타자 57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정규시즌서 오타니는 스트라이크존 중앙으로 날아든 공에 대해 타율 0.363, 장타율 0.870, 평균 타구속도 99.2마일, 새도 존을 통과한 공에 대해서는 타율 0.251, 장타율 0.516, 평균 타구속도 92.1마일을 기록했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MLB.com은 '최근 타격 슬럼프가 오타니에게는 생소한데, 시간의 문제일 수 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부진이 시작된 이후 6경기 중 5경기를 승리해 분위기는 좋다'며 '다저스가 2001년 이후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는 첫 팀이 되려 한다면 최고 버전의 오타니가 필요하다는 로버츠 감독의 주장에 오타니는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오타니는 "오히려 내가 잘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고 계실 것이다.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